[책속의 이 한줄]혁신의 아이콘 애플, 뒤에선 노동착취 그림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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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은 폭스콘의 이주에 대해 ‘노동자들이 좀 더 고향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코너우드먼·갤리온·2012년) 》

애플은 화려한 기업이다. 2007년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선보인 이후부터 ‘혁신’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지난해에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작년 4분기(10∼12월) 거둔 순이익 180억 달러(약 19조4400억 원)는 전 세계 상장 기업의 분기 기준 순이익으로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 애플은 자체적인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모바일 제품 생산은 폭스콘이라는 기업이 맡는다. 경제학자이자 다큐멘터리 작가인 저자는 이곳에서 일하는 ‘주’라는 청년과의 만남을 통해 폭스콘의 민낯을 고발한다.

폭스콘은 2010년 선전(深川) 공장을 정저우(鄭州)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전 한 달 새 폭스콘 직원 16명이 연달아 자살했다. 가혹한 노동 환경 때문이었다. 주를 비롯한 많은 직원은 선전 지역 법정 최저임금인 한 달 1100위안(약 18만7000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전 세계 언론들이 폭스콘의 노동실태를 주목하자 최저임금이 선전의 절반 수준(600위안)에 불과한 정저우 시로 공장을 옮겨버린 것이다.

이때 내놓은 애플의 공식 반응은 이렇다. 자신의 제품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고향과 가까워진다”는 것. 정저우가 있는 허난(河南) 성은 중국의 대표적인 농촌 지역으로 매년 청년 수백만 명이 공장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는 건 맞다. 청년 주 역시 허난 성 출신이다. 그 덕분에 주는 일터가 고향과 가까워졌지만 월급도 반으로 줄었다. 애플은 이에 대한 별도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 노동자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기업이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다행히 애플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에 대해서는 “중국 청년들에게 ‘최고의 직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소식을 현지에 다녀온 관계자들로부터 자주 듣는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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