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기적…김세영 ‘마법같은 우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0일 05시 45분


‘역전의 여왕’ 김세영이 1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오아후의 코올리나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2번의 기적을 만들어내며 시즌 2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김세영이 18번홀에서 기적 같은 칩인 파에 성공한 뒤 하늘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역전의 여왕’ 김세영이 1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오아후의 코올리나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2번의 기적을 만들어내며 시즌 2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김세영이 18번홀에서 기적 같은 칩인 파에 성공한 뒤 하늘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 18번홀 티샷 워터해저드 풍덩→7m 칩인 파 극적 연장행→연장 첫 홀 140m 샷 이글 환호

LPGA 롯데챔피언십 정상…데뷔 3개월 만에 벌써 2승째

종착역에 다다른 순간, 한번도 어렵다는 기적이 두 번이나 연거푸 일어났다. 힘들어보였던 ‘칩인 파’(그린 밖에서 친 칩샷이 파로 연결)가 성공하고, 불가능에 가까운 ‘샷 이글’(기준 타수보다 2타 적게 홀 아웃. 샷 이글은 통상적으로 ‘이글’과 구분하기 위해 쓰는 비공식 용어)이 나오면서 기적의 우승드라마가 완성됐다.

김세영(22·미래에셋)은 1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오아후의 코올리나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치며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공동 1위로 경기를 끝냈다. 연장에 돌입한 김세영은 홀까지 140m를 남겨두고 8번 아이언으로 샷을 했고, 이 볼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면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골프공 지름은 43mm이고, 홀 크기는 108mm다. 140m 떨어진 곳에서 공을 홀에 집어넣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리고 연장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이런 기적이 나올 확률은 더더욱 낮다. 일반적으로 프로골퍼가 홀인원(티샷한 공을 한번에 홀에 넣은 것)을 기록할 확률은 3000분의1(일반 골퍼는 2만5000분의1)이다. 알바트로스(기준타수보다 3타 적게 홀아웃한 것)는 이보다 더 어려운 200만분의1이라는 분석결과도 있다. 김세영의 연장 샷 이글도 그 정도로 어렵다.

기적은 정규라운드 18번홀에서도 있었다. 김세영은 안전한 티샷을 위해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티샷했다. 그러나 공은 뒤에서 불어온 바람을 타면서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공동선두 박인비는 2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놔 무난히 파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세영은 3번째 친 공마저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남은 기회는 단 한번. 그린 밖 7m 지점에서 웨지를 꺼내 든 김세영은 홀을 향해 공을 굴렸고, 이 공이 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박인비도 파를 기록해 연장으로 이어졌다.

거짓말 같은 2번의 기적에 김세영도 놀랐다. 경기 뒤 “18번홀에서의 칩샷은 반드시 넣고 싶었다. 하지만 연장에서는 솔직히 그린에만 올리겠다는 생각이었다. 7번과 8번 아이언 중 어떤 클럽을 선택할지 고민했다. 8번 아이언을 선택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오늘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며 기뻐했다.

올해 LPGA투어에 데뷔한 김세영은 2월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 이어 2개월 만에 2승째를 따내며 상금랭킹과 신인왕랭킹에서 1위로 올라섰다. 우승상금 27만 달러(한화 약 2억9000만원)를 획득해 시즌 총상금 69만9735달러로 스테이시 루이스(64만8730달러)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고, 신인왕 포인트 부문에서도 626점을 얻어 김효주(20·461점)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85점으로 선두. 김세영의 우승으로 멈췄던 한국여자골퍼들의 우승행진도 다시 시작됐다. 한국선수들은 올해 열린 9개 대회에서 6승을 합작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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