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보다 야구장에 팬들 더 몰리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토요판 커버스토리]
1983년 프로축구 지역연고제 도입했지만 구단들 연고지 자주 옮기며 지역팬 잃어

14일 kt와 두산 경기가 열린 수원kt위즈파크 스탠드에 팬들이 가득 찬 모습. 수원=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14일 kt와 두산 경기가 열린 수원kt위즈파크 스탠드에 팬들이 가득 찬 모습. 수원=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스포츠는 라이벌을 통해 성장한다. 스포츠에서의 라이벌 구도는 흔히 지역성을 토대로 한다. 강준호 서울대 교수(스포츠경영)와 이용재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 김유겸 플로리다주립대 교수는 2009년 ‘지역사회 정체성과 상대적 박탈감이 스포츠팀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에서 특정 지역의 주민이 다른 지역 주민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면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 팀을 더 응원하게 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국내 프로야구는 1982년 충청 연고의 OB 베어스(두산), 서울 연고의 MBC 청룡(LG), 호남의 해태 타이거즈, 대구 경북의 삼성 라이온즈, 인천 경기 강원의 삼미 슈퍼스타즈, 부산 경남의 롯데 자이언츠로 출범했다. 당시 지역 야구 명문인 부산고와 경남고 출신들은 롯데로, 광주일고와 군산상고 출신은 해태, 경북고는 삼성, 경기고와 서울고 휘문고 출신들은 MBC 청룡에 입단했다. 각 지역 출신들이 팀의 주축이 되면서 팀별로 자연스럽게 지역색을 갖추었다. 군사정권의 탄압을 받았던 호남지역 사람들은 당시 잘나가던 해태에 열광했다. 영남 사람들은 해태를 시기하며 롯데나 삼성에 더 집착하게 됐다. 이런 지역감정은 소속 지역 팀에 대한 충성도를 높였고 오늘의 프로야구 인기의 토대가 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83년 프로 2팀(유공, 할렐루야)과 실업 3팀(대우, 포항제철, 국민은행)으로 시작한 프로축구도 지역연고제 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각 구단이 자주 연고지를 옮겨 축구팬들의 연고지 의식이 희박해졌다. 또 구단들이 일정한 지역에서 꾸준하게 경기를 치르지 못한 것도 축구에서의 지역연고제 실패 원인이다. 초창기 프로축구단들은 자신의 연고지 내 경기장 사정으로 다른 대도시에 가서 경기를 치르기 일쑤였다. 1995년 전북 다이노스와 전남 드래곤즈 창단 이전까지는 호남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도 없었다. 전북과 전남의 창단을 계기로 프로축구도 본격적인 지역대결 구도를 갖추었지만 이미 각 지역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린 프로야구의 인기를 따라갈 수 없었다.

1996년부터 가장 큰 프로 스포츠 시장인 서울을 연고로 하는 팀이 없게 한 것도 프로축구 발전에 저해 요인이 됐다. 전용 구장을 짓는 구단에 서울 연고 우선권을 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구단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서울을 더이상 비워 두어선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결국 이전 서울 연고팀이었던 LG가 2004년 안양에서 다시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할 때까지 서울은 ‘프로축구 팀 없는 수도’로 남아 있었다. 가장 큰 시장인 서울을 8년간이나 비워 둔 것이다.

야구와 축구의 종목 특성이 팬들을 야구장으로 몰리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야구는 이닝과 투수 교체 등으로 쉬는 시간이 많다. 잠깐 한눈을 팔아도 경기의 맥을 금방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치맥’(치킨과 맥주)과 피자 등을 여유 있게 먹으며 즐길 수도 있다. 반면 축구는 중간에 15분만 쉴 뿐 전후반 45분씩 90분을 집중해야 한다. 잠깐 딴짓하다 골 넣는 순간을 놓치면 끝이다. 최근 축구에서도 ‘치맥석’이 늘고 있지만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치맥을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종목 특성은 방송 중계의 호불호(好不好)로도 이어진다. 야구는 쉬는 시간이 많아 광고할 시간이 많다. 반면 축구는 광고할 시간이 적다. 수익을 추구하는 방송사들로서는 축구보다 야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일단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축구 중계보다는 야구 중계가 광고 수익을 올리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축구장#야구장#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