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년]“한국 고질적인 ‘신뢰 결핍’… 1년새 갈등과 분열 더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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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세월호 1년’ 한국 르포
NYT “안산, 시간속에 얼어붙어”… CNN “개혁 제대로 진행 안돼”
BBC, 실종자 가족 인터뷰 실어… 日언론은 ‘잇단 안전사고’ 부각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세월호 1년을 맞아 경기 안산시의 황량한 풍경을 ‘시간 속에 얼어붙어 있는 상태’라며 르포로 보도했다(위). 일본 언론들은 세월호 사고 1년을 정리하는 특집기사를 16일자 국제면에 실으며 사고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갈등을 비판적으로 소개했다(아래).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세월호 1년을 맞아 경기 안산시의 황량한 풍경을 ‘시간 속에 얼어붙어 있는 상태’라며 르포로 보도했다(위). 일본 언론들은 세월호 사고 1년을 정리하는 특집기사를 16일자 국제면에 실으며 사고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갈등을 비판적으로 소개했다(아래).
‘세월호 1년’은 전 세계 주요 언론들에도 큰 관심사였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의 주요 언론들은 기자들이 직접 쓴 현지 르포 기사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짚는 기획기사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는 15일 경기 안산시의 황량한 풍경을 르포로 생생하게 전하면서 “안산은 위안을 찾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오히려 시간 속에 얼어붙어 있는 상태였다”고 표현했다. 기사는 단원고 학생들과 피해 가족들의 사연을 일일이 전하면서 “그동안 나온 사고 조사 결과는 당시 비극이 기업의 탐욕과 정부의 느슨한 감독이 빚었던, 피할 수 있었던 것임을 보여 준다”고 했다. 특히 16세 아들을 잃은 어머니 엄지영 씨(38)의 사연을 전하면서 “현재 그녀의 괴로운 삶을 지탱하는 것은 정부가 어린 학생들을 구조하는 데 실패했다는 시위를 하는 것과 재앙의 핵심인 정부와 기업의 부패 고리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11일에도 ‘한국 세월호 침몰의 유산’이라는 제목으로 참사 1년 후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는 심층 기획 르포를 게재했다. 기사는 참사 후 1년 동안 한국 정부가 ‘민관 유착’을 없애기 위한 법안을 만드는 등 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건 당시의 부실한 대처와 미진한 진상 규명에 대한 비판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를 향해 “참사와 참사 이후 서툰 수습 과정에 대한 진지한 진상 조사를 하는 것보다 과거에서 벗어나는 데 더 관심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CNN도 16일 “박 대통령은 사건 발생 후 해경 해체 등 대대적인 개혁과 진상 규명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서울 주재 특파원은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농성장 풍경을 전하는 기사에서 “매일 이 길을 지나갈 때마다 개인적으로 슬픔과 좌절감을 느낀다”며 “어떻게 유족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지 내 자신에게 반문해 본다”고 했다. 이어 “세월호 사건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신뢰 결핍(trust deficit)’을 여실히 보여 준 사건”이라며 “유족들이 말하는 불만은 권력을 가진 개인과 집단에 대한 불신을 보여 주는데 이는 한국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도 세월호로 숨진 학생들 집을 일일이 방문해 빈방을 촬영한 특집 사진 시리즈를 내보냈다. 자녀들이 죽고 없는 빈방을 치우지도 못하고 있는 부모들의 심정을 보여 주는 인터뷰도 실었다. 또 미 공영방송 PBS, 시사잡지 애틀랜틱 등은 이 사진들을 받아 세월호 특집 사진 코너를 꾸몄다.

유럽 주요 언론들은 유족들의 분위기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월호 침몰 1년, 분노와 슬픔’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완구 국무총리가 16일 오전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지만 유족들의 항의로 조문하지 못했다”며 “유족들은 정부에 선체 인양과 투명한 원인 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유족들 사이에서 조용한 추모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1년 사이 갈등과 분열이 더 커진 것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16일 사고 1년이 지났지만 희생자 304명 중 9명의 시신은 아직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며 실종자 가족의 인터뷰를 실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노르베르트 에슈본 독일 콘라트아데나워재단 한국사무소 대표의 말을 빌려 “많은 사람이 여전히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동정하고 있다. 과실과 태만 등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국토해양부와 해양경찰청 등의 직원들이 사고조사위원회에 참여했다. 그 결과 조사위의 객관성에 커다란 불신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위기관리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은 일본 언론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슬픔은 멈춘 채’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사고 사실과 현재 단원고 교실 모습, 유족들 소식 등을 자세히 전하면서 선박안전기술공단이 불법 개조한 선박에 검사 합격증을 발급했다는 감사원의 3월 발표와 정부의 재난 및 안전 관리 대응 태세에 대한 국민의 냉소적 평가를 보여 주는 여론조사 결과도 곁들였다.

요미우리신문은 “침몰 사고 후 불꽃처럼 타올랐던 안전 의식은 곧바로 꺼져 버렸다”면서 서울지하철 전동차 추돌, 경기 성남시 판교 환풍구 붕괴 추락, 14일 일본 히로시마(廣島) 공항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활주로 이탈 사고 등을 잇따라 언급했다. 16일 일본 방송들은 세월호 침몰과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영해 마치 한국에서는 재난이 연일 일어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특파원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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