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년]안보이는 대피안내도, 처박힌 소화기… 아직 먼 ‘안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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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안전관리]

어른 키보다 높은 곳에… 성인 키보다 높은 곳에 붙어 있어 읽기도 어려운 비상대피로 안내도(점선).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어른 키보다 높은 곳에… 성인 키보다 높은 곳에 붙어 있어 읽기도 어려운 비상대피로 안내도(점선).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청소년 수련시설의 안전규정을 강화했지만 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취재팀이 찾은 강원 원주시의 D유스호스텔은 지난해 청소년 수련시설 안전종합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았다. 안전규정에 따라 소화기와 대피로 안내도도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규정만 지켰을 뿐 실제 위급상황에서 이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2m 높이에 붙어 있는 비상대피로 안내도는 초등학생 등 어린아이들이 살펴보기에는 너무 높은 곳에 붙어 있는데다 글자 크기도 10∼12포인트로 매우 작았다. 가까이 다가가 살피지 않으면 읽기가 힘들었다. 규정은 지켰지만 비상시 긴급한 상황에서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린아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소화기도 숙소 입구에 놓인 수납장과 쓰레기통 사이에 숨겨진 듯 놓여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현재 시설 규정은 소화기가 있느냐, 없느냐만 확인한다. 화재 발생 시 불길이 연기와 함께 확산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찾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것이다.

강원 횡성군의 S청소년야영장은 지난해 여성가족부 안전평가에서 건축시설과 소방 면에서는 양호 평가를 받았으나 긴급 후송 대책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매우 미흡’ 등급을 받았다. 이후 관할 횡성군은 개선 여부를 평가했으나 시설 점검만 하고 긴급 후송 대책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점검하지 않았다. 시설 점검도 건축물과 소방시설 부분에 집중돼 야외 전기 누전 점검은 소홀했다. 14일 취재진이 찾은 야영장에는 전기 콘센트가 아무 가림막 없이 야영장에서 그대로 비를 맞고 있어 누전 우려가 컸다.

정부가 공언했던 수학여행 안전대책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교육부는 관계부처와 각계 전문가에게 자문하여 지난해 7월 ‘안전한 수학여행 대책’을 발표했으나 사고 발생 1년이 되도록 상당수 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는 업체는 수학여행 입찰에서 배제한다는 학교안전사고 예방법 개정안은 법안조차 준비되지 않았다. 매년 2, 8월 셋째 주를 수학여행 안전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범부처 합동안전점검을 하겠다는 계획도 이행되지 않았다. 올해 2월 합동 안전점검은 없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월호 사고 직후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시간과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든다는 문제 때문에 원래 계획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여론에 밀려 단시간에 급조해 대책을 내놓은 결과”라고 말했다.

원주=임현석 lhs@donga.com/남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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