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성완종 부메랑에 박근혜 정부 ‘휘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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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비타500 박스는 폭 222mm, 깊이 90mm, 높이 142mm 크기입니다. 5만 원권 100장 묶음의 두께는 11mm였습니다. 계산 결과 뚜껑을 닫을 경우 최대 8000만 원 상당의 금액이 상자에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비타500이 진화한 비타3000’이라는 말이 15일 트위터를 풍미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4·24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현금 3000만 원을 비타500 상자에 담아 전달했다는 성 회장 측근의 인터뷰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비타3000은 이완구 총리의 별명이 됐다.

성완종 게이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슈의 쓰나미’ 현상을 초래할 정도로 강력하다. 주간 언급량은 세월호와 비슷하지만 사건의 휘발성이 강해 타임라인은 온통 성완종으로 뒤덮인 듯하다. 자살에 이은 8명의 리스트, 그리고 A4용지 1000여 쪽에 이르는 다이어리, 32억 원의 비자금 사용처가 담긴 것으로 알려진 USB 등 성완종 판도라 상자는 잘 짜인 각본처럼 아귀를 맞추어 가는 느낌마저 든다.

4월 9일부터 15일(오후 3시)까지 트위터와 블로그, 뉴스에서 성완종을 언급한 문서는 무려 29만3630건이 검색됐다. 하루 평균 4만 건이 넘는 초특급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14일 하루 언급량은 6만3093건까지 치솟았고 비타500과 성완종 다이어리가 공개된 15일 언급량 추이는 이것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세월호 언급량은 28만659건으로 성완종 사건과 비슷한 규모였다. 다만 이 기간 뉴스 언급량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 성완종 뉴스 보도 횟수는 3041건으로 1610건에 그친 세월호의 두 배 가까이에 이르렀다.

성완종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8만222건의 리스트였다. 사람들은 성 회장이 자살 후에 남긴 비자금 리스트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올린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예상 반응. 1. 일단 법과 원칙대로 결정한다며 호언한다. 2. 성완종이 사망하여 진술 진위 확보가 어렵고 물증이 없으며, 허태열과 김기춘은 부인한다고 밝힌다. 3. 조용해지면 혐의 없음으로 결론짓는다”는 내용의 글은 리트윗 1491회를 기록해 성완종이 포함된 트윗글 가운데 가장 멀리 퍼졌다.

2위는 4만8977건의 이완구 총리가 차지했다. 성완종 게이트 첫 ‘주인공’은 단연 이완구 총리였고, 14일의 목숨 발언과 15일의 비타500 박스에 담긴 3000만 원이 언급량을 끌어올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총리 사퇴론이 흘러나온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검찰을 향해 총리부터 수사해야 한다고 했고 이 총리도 수사를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이미 여러 차례 거짓말이 들통 나 해명의 신뢰도를 많이 잃었고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은 더이상 리더십을 가질 수 없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는 더욱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총리가 부패의 사슬에 걸려든 꼴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 성 회장도 한 신문 인터뷰에서 “사정 당해야 할 사람이 사정하겠다고 소리 지르고 있는 사람이 이완구, 사실 사정 대상 1호입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hist*****은 “이완구 총리가 ‘돈 받은 증거 나오면 목숨 내놓겠다’고 했군요. 검찰 참 곤혹스럽겠습니다. 성완종 인터뷰 내용을 증거라 하자니 총리가 죽겠고, ‘돈 줬다는 진술은 있지만 증거는 아니다’라 하자니 한명숙 전 총리를 기소한 검찰이 죽겠고”라는 트윗을 올려 많은 호응을 얻었다.

3위는 4만4519건을 기록한 검찰이 차지했다. 4위는 3만6944건의 박근혜 대통령, 5위는 3만5559건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성완종 리스트 중 관심대상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도 2만6964건으로 9위에 올랐고 이병기 현 비서실장도 9337건을 기록했다. 누리꾼들의 관심도 검찰이 과연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겨눌 수 있을지에 쏠린다. 정의당의 노회찬 전 의원은 트위터에 “성완종 리스트에서 핵심은 ‘2007년 허태열 7억, 2012년 홍문종 2억’입니다. 모두 불법대선(경선)자금 의혹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완구 총리 다음에 누가 중심 인물로 떠오를지도 관심거리다.

4·29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터져 나온 성완종 게이트는 거대한 폭풍처럼 정치권을 휘감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국민은 검찰을 주시하고 있다. 놀라운 증거를 거머쥔 검찰이 권력의 예봉을 뚫고 적폐를 도려낼 수 있을까. 이것이 성완종의 경남기업에 국한된 일일까. 의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적어도 이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누리꾼들의 중론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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