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서정원 감독에게 서울이란, 이기고 싶은 유혹이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7일 05시 45분


FC서울 최용수(왼쪽) 감독과 수원삼성 서정원 감독이 맞대결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는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이다. 두 팀은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올 시즌 첫 슈퍼매치를 벌인다. 스포츠동아DB
FC서울 최용수(왼쪽) 감독과 수원삼성 서정원 감독이 맞대결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는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이다. 두 팀은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올 시즌 첫 슈퍼매치를 벌인다. 스포츠동아DB
■ 수원-서울 슈퍼매치의 모든 것

수원 서정원 감독과 슈퍼매치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수원삼성과 FC서울의 라이벌전을 능가할 히트상품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항상 격렬한 양 팀의 충돌은 숱한 스토리를 양산했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 ‘슈퍼매치’의 촉매제가 된 한 특급 스타의 이적이다. 한 시절을 풍미했고, 지금은 수원을 이끄는 서정원(45) 감독이다. 프로에 데뷔한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안양LG(현 서울)에서 뛰다 스트라스부르(프랑스)로 향한 그는 1999년 국내로 복귀하며 친정 대신 수원을 택했다. 이를 배신으로 규정한 안양 팬들은 그해 3월 수원전에서 서정원 유니폼 화형식을 거행하는 등 엄청난 분노를 표출했다. 그렇게 16년이 흘렀다. 수원 최고의 스타를 거쳐 지도자의 길을 걷는 서 감독과 ‘슈퍼매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 복귀하면서 안양 대신 수원행…팬 분노
수원 유니폼 입고 안양전 3골…코치땐 4승1무
감독 오른 후 고전…‘패싱축구’ 체질개선 영향
“서울 이기고 싶은 유혹 참고 우리의 색깔 고수
이젠 정착…올해 첫 대결 지난 2년과 다를 것”

● 유쾌한 과거와 아쉬운 현재

수원 초대 사령탑 김호 전 감독은 “아시아 제패를 위해 서정원을 영입했다. 해외 경험, 명성을 갖춘 선수가 필요했다. 안양이 오해를 많이 해 어렵게 영입했는데, 그게 의미 있는 라이벌로 향한 과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 감독의 예상대로 서정원은 수원과 궁합이 잘 맞았다. 현역 시절, 안양 유니폼을 입고 수원을 상대로 득점하지 못한 서 감독은 수원 유니폼을 입고 안양전 3골을 기록했고, 모두 수원이 크게 이겼다. 1999년 7월 열린 안양전(4-0 승)에서 처음 골 맛을 본 그는 2002년 11월 정규리그 대결(4-1 승)에서도 득점했다. 이듬해 5월에도 골을 넣어 3-1 쾌승을 이끌었다. 지도자로 변신해 수원 수석코치로 부임한 2012시즌에도 라이벌전 결과가 좋았다. FA컵까지 5번 싸워 4승1무를 거뒀다.

그러나 정식 사령탑에 오른 뒤 상황이 달라졌다. 웃은 기억이 거의 없다. 데뷔 시즌인 2013년 1승1무2패, 지난 시즌은 1승3패로 밀렸다. 서 감독은 “승률이 좋지 않았다. 슈퍼매치는 유독 결과가 중시되는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팬들에 항상 미안했다. 올해부터 상황을 바꿔보려 한다. 꼭 그렇게 돼야 한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 거목으로 향하는 과정

서정원 감독이 할 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원은 지난 2년간 팀 리빌딩과 체질개선에 공을 들였다. 경기력이 한결같지 못했던 이유다. 수원이 서울을 상대로 무패행진을 이어갈 때 전방으로 길게 볼을 연결해 상대 문전에서 경합하는 선 굵은 축구를 펼쳐 재미를 봤다는 것을 서 감독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부임 이후 ‘패싱 축구’를 선언한 서 감독은 서울만을 대비한 맞춤형 전략을 활용하지 않았다. 당장을 위해 꾸준히 시도해온 기조를 바꾸면 그만큼 발전이 더뎌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익숙지 않은 과정이 힘든 건 당연하다. 쓴 맛을 많이 볼 수 있다고도 봤다. 서울을 간절히 이기고 싶었는데, 우리 색채를 지키며 이기는 게 더 중요했다. 코앞의 유혹을 뿌리치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제는 다르다. 수원의 체질개선은 정착단계에 이르렀다. 풍파와 태풍을 맞으며 인내한 결과는 긍정적이다. 서 감독은 “어느 정도 상처는 감수하며 계속 기다렸다. 비도 맞고, 태풍도 넘기며 뿌리 깊은 거목이 돼 가고 있다. 올해 첫 대결은 지난 2년과 다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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