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상욱 형제 “한국 아이스하키의 힘 보여줄 것”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7일 05시 45분


남자아이스하키대표팀의 주축인 김기성(왼쪽), 김상욱 형제는 어느덧 6년째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이들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감격적인 승리의 순간을 꿈꾸고 있다. 에인트호벤(네덜란드)|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남자아이스하키대표팀의 주축인 김기성(왼쪽), 김상욱 형제는 어느덧 6년째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이들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감격적인 승리의 순간을 꿈꾸고 있다. 에인트호벤(네덜란드)|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세계선수권서 나란히 태극마크
빙판 밖에서도 경기 영상 토론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할 뿐이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열리고 있는 2015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Ⅰ 그룹B(3부리그) 대회에 출전 중인 남자아이스하키대표팀에는 김기성(30·안양한라)-상욱(27·대명상무) 형제가 있다. 함께 태극마크를 단지 벌써 6년째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출신인 백지선(48) 감독의 말대로 둘은 대표팀에선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존재다.

아이스하키를 한 아버지 김경화(64) 씨 덕분에 둘은 홍익초 4학년, 1학년 때 나란히 아이스하키에 입문했다. 경성중∼경성고∼연세대까지 같은 학교를 나왔고, 실업팀에서도 1년 동안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2014∼2015시즌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기도 했던 형은 그야말로 대표팀 에이스다. 경기 일정이 없던 16일(한국시간) 대회장소인 아이스 스포츠센터에서 만난 형은 “태극마크를 함께 단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형제가 함께 같이 대표팀에서 뛰고, 특히 같은 라인에 선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할 뿐”이라고 말했다. 동생이 “똑같이 운동했지만, 언제나 형을 롤모델처럼 여기고 본받으려고 했다. 형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며 존경의 뜻을 내비치자, 형은 오히려 고마움을 드러냈다. “동생은 내게 때론 친구 같은 존재다.”

대표팀에는 신상우-신상훈, 또 다른 형제가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는 형인 신상우가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김기성-상욱 형제의 느낌과 다짐이 남다른 이유다. 둘은 2인1실로 쓰는 숙소에서 같은 방을 사용하며 빙판 밖에서의 시간도 항상 같이 보낸다. 숙소에선 경기 영상을 돌려보며 서로 토론한다. 때로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때로는 날카로운 질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형은 동생에 대해 “스틱 핸들링이 좋지만, 슈팅 능력을 좀더 키웠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형보다 키가 큰 동생은 이렇게 맞받아쳤다. “형이 조금만 체격이 컸더라면 덩치 좋은 유럽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을 텐데…. 형이 나보다 슛은 훨씬 좋은데, 요즘은 잘 안보여주는 것 같다. 아마도 결정적일 때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빙판 위에서 함께 구슬땀을 흘리는 형제는 가슴 속에 같은 꿈을 품고 있다. 그래서 함께 하는 시간이 더 행복한지 모른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대회 우승, 장기적으로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감격적인 승리의 순간을 그리고 있다.

한국아이스하키는 아직 세계 수준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에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 기회를 얻었다. 형제는 말했다. “올림픽이란 무대가 쉽게 밟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우리 둘이 함께 가고 싶고, 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단 1승이라도, 한국아이스하키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

에인트호벤(네덜란드)|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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