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1990년대 한국영화 산실, 남양주 종합촬영소 첫 삽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7일 05시 45분


■ 1991년 4월 17일

“레디 고!”

1993년 11월12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군 조안면 삼봉리(현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855번길 138) 문안산 자락에서 힘찬 외침이 들렸다. 영화 촬영의 시작을 외친 이는 당시 황인성 국무총리. 안성기와 박중훈이 주연하고 강우석 감독이 연출하는 ‘투캅스’의 촬영을 알렸다. 남양주 종합촬영소(옛 서울종합촬영소)가 일부 개관하던 날의 표정이다.

남양주 종합촬영소가 1991년 오늘, 공사의 첫 삽을 떴다. 이날 오후 노재봉 국무총리와 이어령 문화부장관, 김동호 영화진흥공사 사장 등 정부 및 영화 관계자, 현지 주민 등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이 열렸다.

남양주 종합촬영소는 ‘연극영화의 해’를 맞아 공사에 들어갔다. 650억원의 예산으로 133만6409m²(40만평)의 부지에 3만9600여m²(1만2000평) 건물과 9만900여m²(3만평)의 야외 세트를 중심으로 대형 스튜디오 등 영화 촬영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1840년대 궁중내관이 순조에게 하사받은 목재 한옥과 우이동의 순종비 별장을 옮겨 복원한 문간채를 합친 옛 운당여관이 야외촬영 세트로 복원돼 화제가 됐다. 이 곳은 1959년 국수전을 시작으로 국내 바둑 타이틀전이 주로 열린 대국장이기도 했다.

남양주 종합촬영소는 1957년 당시 수도영화사 및 국도극장의 홍찬 사장이 경기도 안양의 11만여m²(3만3500평) 대지에 세운 안양촬영소에 이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촬영소이기도 하다. 안양촬영소는 당시 최첨단의 현대적 영화 촬영소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경영난 등 이유로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결국 1966년 고 신상옥 감독이 이끌던 신필름이 인수해 다양한 영화를 촬영했다. 이 역시 경영상 어려움과 1978년 신상옥·최은희 부부의 납북사건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뒤를 이은 남양주 종합촬영소는 ‘연극영화의 해’에 그 터전을 닦은 데 이어 1990년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뒷받침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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