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성완종의 ‘결정적 도움’으로 유엔 사무총장 당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6일 2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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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평소 사석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관계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했다. 자신이 주도한 ‘충청포럼’을 통해 반 총장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무용담처럼 말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또 다른 모임인 ‘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반사모)’에도 틈틈이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주미한국대사 자리에서 낙마하면서 2006년 2월 갑작스럽게 유엔 사무총장에 나설 한국 후보의 기회를 얻은 반 총장이지만 초기에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차기 사무총장은 ‘아시아 몫’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지만 반 총장이 아닌 인도의 샤시 타루르 유엔 사무차장, 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 태국 부총리 등이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었던 것.

결정적인 계기는 3차례의 예비투표를 통해서도 사무총장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스리랑카 대통령의 고문인 자얀타 다나팔라 유엔 사무차장이 2006년 9월 말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 반 총장 지지를 선언한 것. 결국 반 총장은 다나팔라 사퇴 직후 실시된 4차 투표에서 찬성 14표, 기권 1표로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성 회장은 생전에 “스리랑카의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주효했다”며 “어차피 다나팔라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후보를 사퇴하고 반 총장을 밀어 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반 총장도 성 회장의 ‘결정적 도움’으로 한국인으로서 첫 유엔사무총장이 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고 이후 한국에 올 때마다 성 회장과 개인적인 만남을 지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은 1978년 국내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스리랑카에 진출해 주택과 각종 인프라 건설을 했으며 국토개발 계획 및 쓰나미 피해복구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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