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짓” 세월호 선원중 유일한 참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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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세월호 1주년/그때 그사람들]
‘수감’ 1등 기관사 60대 손모씨

승객을 버려두고 도망쳤던 세월호 선원 대부분은 줄곧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1등 기관사 손모 씨(60)는 예외였다. 세월호 참사 5일 후인 지난해 4월 21일 그는 전남 목포시의 한 모텔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죄책감 때문이었다. 이후 1, 2심 재판에서 36차례 진행된 공판 내내 손 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변명도 하지 않았다. 선원들 가운데 공소사실을 100% 시인한 피고인은 손 씨가 유일하다. 검찰 관계자는 “그나마 양심적인 고백을 한 사람이 손 씨”라고 말했다.

광주교도소에는 이준석 선장(69) 등 세월호 선원 15명이 수감돼 있다. 이들은 각각 독방에 있다가 얼마 전부터 미결수(판결이 아직 나지 않은 수감자) 감방에서 생활 중이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면회를 간 손 씨의 부인(57)을 통해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냐”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대신 부인을 통해 “아무리 빌어도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다”며 참회의 심경을 전했다. 손 씨는 “죄를 지은 만큼 처벌받겠다”며 재판 과정에서 한 번도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았다.

손 씨의 부인은 지난해 12월 세월호 선원 가족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자 손 씨는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고 부인은 올해 초부터 경남 양산의 한 절에서 매일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부인은 “생때같은 아이들이 희생됐는데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손 씨의 변호를 맡은 권모 변호사(49)는 1심 재판 초기 긴급피난 논리로 무죄를 주장하자고 했다. 하지만 손 씨는 “죗값을 받아야 한다”며 오히려 권 변호사를 설득했다. 권 변호사는 “손 씨는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를 위해 선체 인양을 바라고 있지만 감히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세월호#선원#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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