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팝 “헬멧 없어도 롱런하는 그룹 될 수 있겠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6일 05시 45분


운동복을 입은 ‘여전사’로 돌아온 크레용팝은 ‘빠빠빠’의 인기를 능가하는 노래를 만들기보다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신경을 쏟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크롬엔터테인먼트
운동복을 입은 ‘여전사’로 돌아온 크레용팝은 ‘빠빠빠’의 인기를 능가하는 노래를 만들기보다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신경을 쏟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크롬엔터테인먼트
■ 1년 만에 ‘FM’으로 돌아온 크레용팝

‘빠빠빠’ 족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감 업
이번 콘셉트 여전사·의상은 트레이닝복
‘코믹코드’ 즐기면서 우리만의 색깔 유지


“헬멧 없는 크레용팝, 어떤가요?”

여성 5인조 크레용팝이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돌아왔다. 작년 4월 싱글 ‘어이’에 이은 1년 만의 신작이자 두 번째 미니앨범 ‘FM’을 3월 말 내놓고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발한 콘셉트로 대중을 놀라게 해 온 크레용팝의 이번 콘셉트는 ‘여전사’. 하지만 의상은 여전히 트레이닝복이다. 다만 반짝거리는 에나멜 소재에 몸에 밀착된 디자인, 롱부츠를 매치해 ‘사이버’ 느낌을 살렸다. 앨범 표지에도 ‘운동복전사’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빠빠빠’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결과다. 그동안 한 번도 함께 작업하지 않았던 유명 프로듀서 신사동호랭이의 작품인 데다 콘셉트에 ‘여성성’을 담은 것도 그렇다.

“크레용팝은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걸 추구한다. 즐거움의 코드는 여전하지만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헬멧을 벗으면 낯설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티저 영상이 공개되고 ‘재미있다’는 평가가 많아 기분 좋았다. 하하.”

크레용팝은 전작 ‘어이’로는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팝스타 레이디가가의 북미투어 참여, 쌍둥이 멤버 초아·웨이의 유닛 활동으로 ‘완전체’로서는 1년여의 공백기를 보냈다. ‘FM’은 ‘빠빠빠’ 이후 본격 활동에 나서는 첫 곡인 셈이다.

“공백이 있었지만, 급하게 나오고 싶지 않았다. 잘 만들고 싶었다. 여러 경로로 곡을 계속 받았지만 기존 우리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신사동호랭이를 통해 딱 마음에 드는 곡을 만났다.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모습, 새로운 콘셉트가 나올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대중은 ‘크레용팝’이란 이름에 ‘빠빠빠’부터 떠올리기에 이들의 부담도 컸을 터. ‘빠빠빠’를 넘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고, 그러다 ‘소포모어 징크스’(성공적인 첫 작품 이후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이 흥행하지 못하는 것)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빠빠빠’는 크레용팝에게 자칫 ‘족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히트곡 하나를 가졌다는 사실에 기쁘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지만, ‘빠빠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감 갖고 음반을 준비했다. 1년 만에 만나는데 성숙하고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성숙한 느낌’을 위해 이전까지 구사했던 귀여운 목소리, 발랄한 모습도 털어냈다.

‘FM’은 융통성 없이 ‘FM(Field Manual)’대로 행동하는 남자를 자신의 마법 같은 매력으로 바꿔놓겠다는 내용이다. ‘빠빠빠’가 크레용팝의 대표곡이라면, ‘FM’은 이들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주제가일지 모른다. 기존 걸그룹의 활동방식을 깨고, FM대로 활동하지 않으면서 정상급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데뷔 때부터 무대가 아닌 길거리로 나가 활동했고, 팻말 들고 다니며 자신들이 걸그룹임을 홍보했다. 짧은 치마·하이힐이 아니라 트레이닝복, 섹시한 춤보다 개다리춤 등 독특한 개성을 발휘했다. ‘팝저씨’(크레용팝의 남성팬)라는 독특한 팬덤도 크레용팝만의 문화다.

“항상 틀에 얽매이지 않고, 융통성 있게,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을 찾는다.”

이들은 이번 ‘FM’이 “롱런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음반”이 되길 희망했다.

“‘빠빠빠’를 능가하는 데 집중하면, 신곡도 못 내고, 부담만 갖게 된다. 포기는 않되 부담에 얽매이지 않고 꾸준히 앨범 내면서 오래가면 좋겠다. ‘병맛’(B급 코드)은 수명이 짧다고 하는데, 우리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오래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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