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리비아공관 IS 테러대응, 외교부는 거짓말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00시 00분


코멘트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이 이슬람국가(IS)에 테러를 당한 12일, 인접국에서 사태 수습을 하고 있다던 리비아대사가 국내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는 당시 IS 소속 무장괴한의 총격으로 대사관을 지키던 현지 경찰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며 “이종국 대사는 (인접국) 튀니지에서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고 브리핑했다. 주(駐)리비아대사관은 리비아 정정이 불안해지자 지난해 튀니지에 임시대사관을 개설하고 리비아의 트리폴리와 튀지니의 튀니스를 오가며 교대근무를 한다. IS의 영향권인 리비아에서 주요 국가 대부분의 대사관이 철수했음에도 한국대사관이 현지에 남아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민의 안전을 위해”라고 밝혔던 외교부가 국민을 속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 대사는 인사발령을 받아 1일 귀국했다. 귀국 사실을 인사부서에는 보고했으나 사건 담당인 아중동국에 전달되지 않아 그제까지 몰랐다고 외교부는 해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반(反)인륜적 무장테러집단인 IS로부터 한국의 해외공관이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외교부는 현지에 연락해 우리 대사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확인했어야 했다. 테러지역 공관장의 이동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외교부 공직기강이 해이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자세로 어떻게 위험지역의 공관과 교민을 테러단체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평상시라면 ‘실수’로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총리부터 대통령비서실장에 이르기까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국가가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도 사라졌다. 그런데 해외에서의 테러 대응까지 거짓 브리핑을 했다니 국제망신이다. 정부는 즉각 거짓 브리핑과 부실 대응을 한 경위를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히기 바란다. 외교부가 무사안일에 빠진 복무기강을 바로잡지 못하면 리비아에 체류 중인 33명의 교민을 비롯해 IS의 영향권인 중동에 있는 교민과 공관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