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형 태호월드 vs 거미줄형 영석월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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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능프로의 양대산맥, 김태호-나영석 PD 연출 세계

김태호 MBC PD(40)와 나영석 tvN PD(39)는 현재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이끄는 양대 축으로 꼽힌다.

김 PD가 연출하는 ‘무한도전’은 23일 10주년을 맞는다. 10년째 장수하며 ‘국민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1박2일’로 유명해진 나 PD는 이후 케이블로 무대를 옮겨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지상파를 위협하는 가장 ‘핫’한 스타 PD다.

나 PD는 1976년생, 2001년 KBS 입사, 김 PD는 1975년생, 2002년 MBC 입사로 비슷하다. 하지만 둘의 예능 세계는 극과 극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르다. 두 PD의 예능 세계를 비교·분석해 봤다.

○ 다단계형 관계망 vs 거미줄형 관계망

예능 PD의 섭외력은 프로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능력이다. 김 PD와 나 PD 모두 의외의 인물을 섭외하고, 해당 인물의 특징을 잘 살려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런 ‘인적 자원’을 구성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무한도전’의 관계망은 피라미드형이다. 꼭대기에는 메인 MC인 유재석이 있다. 무한도전 1기로 불리는 ‘무모한 도전’을 연출한 권석 MBC 예능1국 부국장은 “무한도전은 유재석을 두고 만든 프로”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재석은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등을 이끌고 이들은 유재석을 떠받친다. 또 매번 바뀌는 특집 주제에 맞춰 새 출연진을 프로에 끌어들인다. 각 멤버의 추천으로 새 멤버 후보를 모집하고 있는 ‘무한도전 10주년-식스맨 특집’은 이런 피라미드 관계 형성 과정을 잘 보여 준다.

그에 비해 나영석 PD가 연출한 프로의 관계망은 거미줄형이다. ‘1박2일’의 출연진이 ‘꽃보다’ 시리즈에 출연하고, 이 출연진 중 일부가 다시 ‘삼시세끼’에 출연한다. 거미줄 관계망 속의 이서진은 2012년 1박2일의 ‘절친’ 특집에 출연하며 처음 나 PD와 인연을 맺었다. ‘삼시세끼’에 게스트로 출연했고 ‘꽃할배-그리스편’에 새로 합류한 최지우 역시 ‘1박2일’ 여배우 특집에 출연한 적이 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출연진의 캐릭터는 연속성을 가지면서 더 강화된다.

○ 티격태격 소년 만화 vs 화목한 전래동화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 ‘흠집과 결함의 남성성’에서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이 능력 부족에도 최선을 다해 어떤 성취를 이뤄 낸다는 내러티브는 감동의 원천”이라고 분석했다. 무한도전은 방송 초기부터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 모여서 뭔가에 도전한다”는 콘셉트를 이어오고 있다. ‘슬램덩크’ ‘공포의 외인구단’ 등 소년잡지 만화를 연상시킨다. 끊임없이 경쟁하고 때로 배신하며 티격태격하는 멤버들의 관계 역시 소년 만화와 유사하다.

나 PD의 예능 세계는 전래동화에 가깝다. 어린아이부터 여성, 노인, 심지어 동물까지 출연 대상이다. 갈등이나 경쟁을 강조하기보다는 여행의 목적지와 예산만 정해 두거나 ‘하루에 세 끼를 해 먹는다’는 단순한 설정만 준 채 출연진끼리 서로 협력해 목표를 이루도록 한다.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하고(삼시세끼) 웃어른을 공경한다(꽃할배)는 교훈적 내용 역시 전래동화를 연상시킨다.

○ 변화무쌍 장르소설 vs 잔잔한 일상 툰

무한도전은 고정된 형식이 없다. 매주 바뀌는 주제에 맞춰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무한도전의 책임 프로듀서인 김구산 MBC 예능2국 부국장은 “무한도전의 ‘토토가’ 특집에서는 음악방송을, ‘무한상사’ 특집에서는 시트콤을 선보이는 등 예능의 모든 장르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비해 나 PD의 세계는 매회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일상 툰에 가깝다. 나 PD는 “좋아하는 정서, 좋아하는 소재가 거의 정해져 있다. 그 안에서 조금씩 변화한다. 나는 모든 분야를 다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자신의 스타일을 설명했다. 여행과 귀농 등 일상에서 벗어나지만 결국은 어디서 자느냐, 무엇을 먹느냐 같은 일상적인 고민이 중심이 된다.

김 PD와 나 PD 등을 인터뷰한 책 ‘다큐처럼 일하고 예능처럼 신나게’를 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김 PD가 새로운 시도로 열광적 호응을 이끌어 내는 예술가형이라면 나 PD는 유사한 포맷을 변주하며 다수의 공감을 얻는 대중친화형”이라고 분석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김태호#나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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