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외면한 프로농구 시상식…박수 받지 못한 ‘그들만의 잔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5일 05시 45분


‘영광의 얼굴들!’ 한 시즌 남자프로농구 코트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4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 끝부터 시계방향으로 양희종(KGC), 문태영, 라틀리프(이상 모비스), 오용준(kt), 유병훈(LG), 장준혁 심판, 김주성(동부), 이재도(kt), 김선형(SK), 양동근, 유재학 감독(이상 모비스), 이승현(오리온스), 신명호(KCC), 배강률(삼성·김준일 대리수상).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영광의 얼굴들!’ 한 시즌 남자프로농구 코트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4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 끝부터 시계방향으로 양희종(KGC), 문태영, 라틀리프(이상 모비스), 오용준(kt), 유병훈(LG), 장준혁 심판, 김주성(동부), 이재도(kt), 김선형(SK), 양동근, 유재학 감독(이상 모비스), 이승현(오리온스), 신명호(KCC), 배강률(삼성·김준일 대리수상).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농구팬 없이 진행한 시상식…항의 빗발
일부 팬 “항의 현수막 두려운것 아니냐”
KBL “3달 전 장소 확정…공간 협소했다”

프로농구 시상식은 한 시즌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뜻 깊은 자리다. 동시에 한 시즌 동안 고생한 선수들,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 및 관계자들이 모여 우의와 화합을 다지는 ‘잔치’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시상식은 주로 서울 시내 호텔에서 열렸다. KBL은 2010∼2011시즌부터 그 틀을 바꿔 2013∼2014시즌까지 4시즌 연속 팬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010∼2011시즌에는 별도의 시상식 없이 플레이오프(PO) 현장에서 시상식을 열어 홈팬들 앞에서 해당선수가 상을 받도록 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NBA와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던 데다 PO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의 경우 타 구단 홈구장에서 트로피를 받는 어색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2011∼2012시즌 들어 KBL은 과거와 같은 시상식을 부활시켰다. 다만 방식에는 긍정적 변화를 줬다. 호텔에서 열린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팬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장소를 섭외했다. 2011∼2012시즌에는 서울 양재교육문화회관, 2012∼2013시즌에는 건국대학교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지난 시즌에는 팬들에게 친숙한 잠실학생체육관(SK 홈구장)에서 시상식을 개최해 팬들이 직접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시상식에 앞서 각 구단 간판선수들의 사인회를 곁들이기도 했다. 팬들에게는 시즌 종료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올 시즌 시상식은 과거 ‘팬 없는’ 형식으로 회귀했다. KBL은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2014∼2015 KCC 프로농구’ 시상식을 열었다. 팬들을 위한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항의가 빗발쳤다. 몇몇 팬들은 ‘KBL이 PO에서 나온 돌발시위처럼 팬들의 항의 현수막을 두려워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세우기도 했다.

KBL은 “PO가 열리기 2∼3개월 전에 이미 시상식 장소를 확정했다. 현수막이나 팬들의 반응을 의식해서 장소를 정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학생체육관이 시상식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고 각 구단, 언론의 반응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일견 수긍할 만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다. 올 시즌 개막에 앞서 남자농구대표팀이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서는 등 숱한 호재가 있었음에도 남자프로농구의 관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그동안 KBL이 보여준 모습처럼, 이번 ‘팬 없는 시상식’이 프로스포츠의 근본인 ‘팬 프렌들리’를 가볍게 여긴 결과는 아닌지 우려스럽다.

KBL은 덧붙였다. “이번 시상식 장소도 팬들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최대한 큰 곳으로 잡았음에도 공간이 협소했다. 내년 시상식에는 팬들까지 함께할 수 있고 시상식 분위기도 살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 다음 시즌 시상식을 눈여겨봐야 할 듯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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