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최첨단 미사일처럼… 암 덩어리만 정확히 조준해 제거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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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병원, 최첨단 방사선 치료기 ‘래피드악’
3분이면 치료 끝… 피폭량 확 줄여… 구토·피부 손상 등 부작용 적어

‘래피드악’은 정확도, 짧은 치료 시간, 적은 부작용 등 다양한 강점을 지니고 있어 암 치료를 위한 최첨단 기기로 불린다. 강동경희대병원에서는 하루 평균 25∼35명 정도가 래피드악을 통해 치료를 받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래피드악’은 정확도, 짧은 치료 시간, 적은 부작용 등 다양한 강점을 지니고 있어 암 치료를 위한 최첨단 기기로 불린다. 강동경희대병원에서는 하루 평균 25∼35명 정도가 래피드악을 통해 치료를 받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강동경희대병원의 암 치료 역량이 크게 강화됐다. 최근 이 병원이 최첨단 방사선 암 치료기로 불리는 ‘래피드악(RapidArc)’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래피드악은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기와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기를 합친 장비다. 암 덩어리 모양과 크기에 따라 정교하게 방사선을 쪼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일부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암 공격에 특화된 ‘최첨단 미사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에서는 강동경희대병원이 래피드악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만큼 병원에서는 래피드악 도입에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암 치료 장비 중 ‘주연’으로 떠오르고 있는 건 단연 래피드악”이라며 “이 장비 도입을 계기로 전체적인 병원의 암 치료 역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밀한 치료가 가능한 게 래피드악의 가장 큰 장점

암 전문가들에 따르면 1cm³ 정도 크기의 작은 암 덩어리에도 약 10억 개의 암 세포가 기생한다. 이 같은 암 세포를 깨끗이 없애려면 외과적 수술과 항암제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방사선 치료의 경우 외과적 수술과 항암치료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기본적으로 방사선을 통해 암 세포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정원규 강동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방사선 암 치료는 칼로 암 조직을 잘라내는 대신 방사선을 쏴서 암 조직을 태우는 개념”이라며 “기본적으로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래피드악의 경우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보면서 치료할 암 조직을 정확히 조준한 뒤 종양의 위치, 크기, 주위 정상 장기의 위치 등을 고려해 방사선 강도를 조절하면서 종양 전체에 방사선을 입체적으로 태워 없애는 게 특징이다.

가장 큰 장점은 정확도다. 치료 오차 범위가 2∼3mm에 불과해 정상조직 손상이 미미하다. 특수 장비를 부착하면 0.1mm 이하로 정확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정 교수는 “수술이 어렵거나 예민한 부위는 사소한 차이로도 치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래피드악은 고도의 정확성으로 외과 수술하듯 방사선으로 암 조직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밀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래피드악은 전립샘(선)암, 두경부암(얼굴·구강·혀 등에 생긴 암), 뇌종양 등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해 암에 더욱 효과적이다. 또 신체 여러 부위에 발생한 다발성 암, 전이된 암, 재발암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짧은 치료 시간으로 부작용도 줄일 수 있어

치료 시간이 짧은 것도 래피드악의 장점이다. 약 3분이면 치료가 끝나기 때문이다.

기존 암 방사선 치료기인 토모테라피와 비교해 치료시간이 10분의 1 수준이다. 이 같은 시간 차이는 치료 방식에 있다. 토모테라피는 치료할 때마다 암 덩어리를 일정 크기로 얇게 구분한 다음 반복해 치료한다. 반면 래피드악은 암 덩어리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면서 방사선을 쪼인다.

토모테라피에 비해 훨씬 짧은 치료 시간 덕분에 래피드악은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구토와 피부 손상 같은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치료비 또한 토모테라피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 교수는 “래피드악은 치료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고령이면서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단시간 내에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래피드악은 방사선 피폭량도 줄였다. 다른 방사선 치료기의 경우 영상유도장치가 있지만 뇌 속의 암 등 작은 표적이나 움직이는 암을 정확하게 조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래피드악은 효과적인 조준이 가능해 토모테라피와 비교해을 때 총 방사선 피폭량이 30% 정도 적다.

최근 암 치료와 관련된 성과 두드러져

강동경희대병원은 래피드악 도입을 계기로 의료계와 환자들 사이에서 암 치료와 관련된 병원의 인지도가 크게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 병원에서는 최근 암 치료와 관련된 크고 작은 성과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이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은 암 환자의 92%가 치료 뒤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암이 재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강동경희대병원 의료진들은 최근 유럽과 미국의 유명 방사선종양학회에 참석해 국제적인 수준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관계자는 “최첨단 시설이 확보된 만큼 더욱 다양한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 연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뿐아니라 해외에서도 암 치료와 관련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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