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장응철 종법사 “세월호 유족 보듬고 일으켜 세워, 미래 향해 화합동진 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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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개교 100년… 경산 장응철 종법사 간담회

13일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만난 경산 장응철 종법사. 그는 “원불교는 100년간 더욱 사회 속에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13일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만난 경산 장응철 종법사. 그는 “원불교는 100년간 더욱 사회 속에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정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돕고 진정성 있게 유가족들을 위로해야 합니다. 이를 전제로 이제 유가족들도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 다시 서야 망자(亡者)들도 좋아할 겁니다.”

13일 만난 원불교 최고 어른인 경산 장응철 종법사(75)의 말이다. 이날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경산 종법사는 여러 차례 유가족에 대한 위로의 뜻과 마음의 치유를 강조했다. 이 간담회는 원불교를 개창한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의 깨달음을 경축하는 대각개교절(28일)을 앞두고 이뤄졌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둔 소회는….


“1차적 책임은 선장과 관련 직원들에게 있지만 물질 위주의 성장에 몰두해온 우리 사회에도 근본적 문제가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교육이 평생교육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원불교식으로 말하면 죽을 각오로 안전 공부를 해야 한다.”

―대각개교절이 가깝다. 대종사의 말 중 가슴에 깊이 담고 있는 말은….

“마음의 자유다. 동정(動靜) 간, 즉 항상 마음의 자유를 얻어야 하고, 그러면 부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육신 또는 환경, 사상의 지배를 받으면 자유로울 수 없다. 심지어 좋은 것에도 그대로 갇혀 있으면 안 되고, 시대와 세상에 따라 바꾸어 선용(善用)해야 한다.”

―어떻게 마음의 자유를 얻나.

“(자신의) 마음의 주소를 보고, 그 마음을 챙겨야 한다. 인류사회가 평등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약자를 강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약자 보호는 교황님이 잘하시더라. 교황님은 진정성이 있어 보이고, 성장 위주 사회의 폐해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는 것 같다.”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의 평화를 위한 조언이 있다면….


“종교인들은 유가족들이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많은 국민과 종교인들이 걱정과 기도를 많이 했다. 희생자들은 훌륭한 다음 생을 맞을 것이다. 유가족들도 운명을 사랑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우리 사회를 위한 조언을 주시면….

“경제 성장 위주로만 가서는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 선진국은 경제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건강한 가치관과 도덕성이 뒷받침돼 있다. 흔히 졸부를 욕한다. 그런데 경제만 성장하고 정신이 빠진 ‘졸부국가’가 되면 어떻게 하겠나.”

―원기 100년을 맞아 국제 포교 현황은 어떤가.

“우리 교역자들이 자신을 버리는 무아봉공(無我奉公)의 열정으로 헌신했다. 한번 (원불교) 간판을 붙이면 절대 떼지 않았다. 해외 26개국에 100여 개 교당이 있다. 앞으로 원불교의 혼과 한국 문화의 전도사,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에 충성을 다한다’는 세 가지 마음으로 포교에 나설 것이다.”

―원불교 성장이 주춤한다는 말도 있다.

“일부에서는 성장통을 앓고 있다고 하더라. 하지만 풀과 나무가 크는 것은 다르다. 금세 사라지는 풀과 달리 거목은 주변과 더불어 서서히 키워가는 것이다. 원불교도 그럴 것이다.”

―미래 사회에 원불교가 다른 종교와 구별되는 장점이 있다면….

“대종사께서는 도학과 과학이 조화하는 새 문명 세계를 말씀하셨다. 과거가 영성 위주였다면 이제 영성과 물질을 함께 발전시키는 영육쌍전(靈肉雙全)으로 함께 가야 한다. 과거에는 지도자만 잘하면 됐을지 모르지만 미래는 모두 잘해야 한다. 집안도 남편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 잘해야 한다. 서로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조화롭게 함께하는, 화합동진(和合同進) 하자.”

익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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