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금엉금 거북운전, 방글방글 등하굣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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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주제는 ‘안전’]<68>스쿨존 에티켓 꼭 지켜요

1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옥정초등학교 앞 스쿨존을 차량들이 줄지어 지나고 있다. 일단 스쿨존에 진입하면 주정차를 하지 않고 무조건 서행하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1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옥정초등학교 앞 스쿨존을 차량들이 줄지어 지나고 있다. 일단 스쿨존에 진입하면 주정차를 하지 않고 무조건 서행하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삑, 삑!” 13일 오전 8시 25분 서울 성동구 옥정초등학교 앞.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 학교 학부모로 구성된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이 건널목에서 차량 통행을 제한할 때 부는 호루라기 소리였다.

옥정초교 정문 앞 2차로는 늘 혼잡하다. 옥수역에서 한남동으로 넘어가는 지름길로 이 통학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많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근처 아파트 단지에서 출근 차량이 쏟아져 나와 통행량이 급증한다. 게다가 경사가 가파른 길과 연결돼 있어 차량들은 한껏 가속이 붙은 채 달려오다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에 와서야 겨우 속도를 줄인다.

그나마 오전에는 녹색어머니회 등 학부모가 발 벗고 나서서 안전한 편이다. 문제는 특별한 지도가 없는 하굣길이다. 1, 2학년은 데리러 오는 보호자가 많지만 고학년일수록 혼자 하교하는 학생이 많다. 이날도 한 손으로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던 운전자가 후문에서 뛰어나오던 아이를 늦게 발견해 급제동을 거는 아찔한 순간이 연출됐다.

‘스쿨존’은 교통사고의 위험에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지정한 구역이다. 그래서 차량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만5799곳에 이른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운전자는 스쿨존을 그저 ‘동네 길’ 정도로 여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스쿨존 내 속도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2만4158건이었다. 앞으로 스쿨존 표시가 나오면 운전자 스스로가 ‘거북이’로 변신하는 건 어떨까. 스쿨존에서는 엉금엉금 사방을 둘러보며 천천히 운전하도록 습관화하는 것이다.

스쿨존 에티켓은 학교 앞을 그냥 오가는 운전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스쿨존 주정차 금지 규정을 가장 자주 어기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학부모다. 학교 앞 불법 주정차는 운전자와 보행자 시야를 모두 가리기 때문에 교통사고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

서울 중구 덕수초교도 학부모의 승용차 등하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학교 측이 자제를 당부하면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교 위치가 애매해 걸어서 아이를 데려다 주기 어렵다” “아이 아빠가 출근하면서 애를 내려 주는 게 편해서…”라는 등 갖가지 이유가 쏟아졌다.

학교 측은 ‘조금 불편해도 다른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자’며 학부모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이제는 주정차 차량이 대부분 사라졌다. 요즘 부득이하게 승용차로 등교시키는 부모는 스쿨존 밖에 아이를 내려주고 짧은 구간은 걸어가게 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신입생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은 교통안전이다. 키가 작아서 아이가 손을 든 것이 보이지 않을까 봐 부채 형태로 된 ‘안전 손’을 나눠주는 학교도 있다. 스쿨존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건널목에선 일단 멈추자. 아이들에게 학교 가는 길을 가장 안전한 길로 만들어 주는 것은 어른의, 부모의 책임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스쿨존#에티켓#거북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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