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처럼 수직이착륙… 최대시속 240km 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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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술로 만든 틸트로터 무인기 ‘TR-60’ 첫 공개



“위이이잉, 위이이잉.”

10일 오후 3시 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항공센터.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고속 수직이착륙 무인기 ‘TR-60’이 헬기처럼 로터(프로펠러)를 90도로 세운 채 서서히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50m가량 올라갔을 때쯤 뒤로 살짝 물러서는가 싶더니 이내 고도를 높이며 조금씩 앞으로 나갔다. 1km 상공까지 올라간 TR-60은 비행기처럼 로터를 수평으로 전환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시속 150km에 이르자 TR-60은 남도의 푸른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이날 항우연의 항공센터에서는 틸트로터(Tilt-rotor) 무인기 상용화 모델인 TR-60이 언론에 최초로 공개됐다. 틸트로터 무인기란 헬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면서도 최대 시속 240km로 고속비행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무인기’다. 헬기와 고정익 무인기의 장점을 합친 형태다.

TR-60의 굉음도 시야에서 사라지자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1km 상공에만 올라가도 무인기의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TR-60은 최대 4km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2002년부터 9년 9개월간 정부는 97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틸트로터 무인기 TR-100을 개발했다. 틸트로터 무인기 개발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TR-100을 기반으로 상용화한 모델이 TR-60이다. TR-100을 60% 크기로 축소했다고 해서 TR-60이란 이름이 붙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관련 예산이 확보되면 2016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 작업에 들어간다.

TR-60은 고흥 주변을 두 바퀴 돈 뒤 20여 분 만에 최초 이륙했던 활주로로 돌아와 수직으로 착륙했다. 당초 원양어선 탐지와 같은 민간용으로 만들어졌지만 넓은 지역을 효율적으로 정찰 및 수색할 수 있어 군사용 가치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TR-60이 상용화될 경우 백령도처럼 북한과 맞닿아 있는 서북 도서지역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사막과 같은 넓은 지역을 정찰해야 하는 중동 국가들도 TR-60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R-60에 최대 20kg의 물건을 탑재할 수 있어 정찰용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실제 간단한 무기를 장착할 경우 전투헬기 수요를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간과 군사용을 합한 전 세계 무인기 시장은 2014년 기준으로 53억 달러(약 5조8200억 원) 규모이지만 2023년에는 125억 달러(약 13조73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글과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업체들까지 무인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향후 10년간 민간 무인기 시장은 연간 35%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국가들도 무인기 기술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세계 7위권의 무인기 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TR-60 상용화를 계기로 고급 무인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주진 항우연 항공연구본부장은 “한국의 무인기 기술은 세계 최상위국과 3∼5년 정도의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5년간 집중 투자하면 세계 3∼4위권으로 충분히 올라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흥=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헬기#수직이착륙#무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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