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의 영화관 오지’ 사하구, 이동식 ‘골목영화관’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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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하구 감천2동 사하구종합사회복지관 야외쉼터에 마련된 동네방네 골목영화관. 주민들이 ‘수상한 그녀’를 관람하고 있다. 사하구 제공
지난해 사하구 감천2동 사하구종합사회복지관 야외쉼터에 마련된 동네방네 골목영화관. 주민들이 ‘수상한 그녀’를 관람하고 있다. 사하구 제공
“40년 만에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중장년층은 어린 시절 동네 어귀 공터에 설치된 이동식 천막에서 흑백영화를 보던 추억을 갖고 있다. 이런 느낌을 주는 이동 골목영화관이 부산 사하구에서 재현된다.

사하구는 “도심 주거 밀집지역을 찾아 영화를 상영하는 야외영화관 ‘동네방네 골목영화관’을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이 사업은 영화관을 찾기 어려운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문화 복지 사업이다.

인구 30만 명이 넘는 부산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일반 영화관이 없는 곳은 사하구뿐이다. ‘영화도시 부산’에 영화관이 없는 구가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사하구의 2월 말 현재 인구는 34만7000여 명으로 16개 부산 기초지자체 중 3위다. 관내 하단동 을숙도에 자동차 영화관이 있지만 이용이 어렵고 주민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영화를 보려는 주민은 30분∼1시간가량 차를 타고 중구 남포동이나 사상구 괘법동, 부산진구 서면까지 가야 한다.

사하구는 주민의 문화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2012년 200인치가 넘는 대형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 음향 장비 등을 구입해 이동식 야외영화관 운영을 시작했다. 영화 장르는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최신 영화 위주로, 영화 장소는 주민 신청을 받아 순서를 정한다.

2012년 6월 22일 다대1동 주민편의시설 야외공연장에서 첫 상영을 한 이후 매회 300명이 넘는 주민이 찾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골목영화관 관람 인원은 2012년 8회 상영에 2200여 명, 2013년 8회 상영에 3000여 명, 지난해 10회 상영에 4000여 명이었다. 상영 장소는 아파트 안 공연장이나 주민편의시설, 공원, 복지관 야외쉼터, 마을행복센터, 초등학교 운동장 등 다양하다. 지난해에는 ‘수상한 그녀’와 ‘관상’을 상영했다.

올해 첫 동네방네 골목영화관 상영일은 다음 달 27일. 상영작과 장소는 15일까지 주민 신청을 받아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 달부터 9월까지 5개월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포함해 10회 운영할 예정이다. 상영은 오후 8시부터다. 영화관 이용이 어려웠던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 몸이 불편한 어르신, 장애인도 관람할 수 있다. 이경훈 사하구청장은 “여름철에는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 하단동에는 지하 8층, 지상 18층 규모의 쇼핑센터에 영화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교통이 불편한 산복도로가 많은 데다 저소득층도 적지 않아 동네방네 골목영화관 운영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할 계획이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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