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 “검찰이 세금 떼먹은 사람으로 매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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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검찰 전면수사]
서산시민에 남긴 호소문 공개
장례식에 이인제 등 600여명 참석… 자서전-국회의원 배지도 함께 묻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영정이 13일 충남 서산의료원 빈소를 나와 운구차로 향하자 지친 표정의 부인은 눈물을 흘렸다. 장남은 어머니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시울이 붉어지긴 마찬가지였다. 빗방울까지 떨어지자 성 회장의 지인들은 “서산시를 위해 노력한 고인의 마지막 길에 비가 와 마음이 아프다”며 흐느꼈다. 성 회장의 서산부성초등학교 동문 7명은 고인의 관을 조심스럽게 운구차로 옮겼다.

발인 예배는 서산중앙감리교회에서 유족과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이 교회는 성 회장의 기부로 세워졌고, 성 회장의 모친이 생전에 하루도 빠짐없이 다니던 곳이다.

예배를 마친 뒤 성 회장의 시신은 서산시 음암면 도당리에 있는 모친의 묘소 옆으로 운구됐다. 성 회장의 두 아들은 유품을 관 위에 올려놨다. 차남은 성 회장의 자서전인 ‘새벽빛’을, 장남은 “아버지께서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다”며 배지 4개를 자서전 위에 올렸다. 경남기업, 국회의원, 서산장학재단을 상징하는 배지와 나라사랑 큰나무(국가보훈처 발급) 배지였다. 장남은 “세상이 당신을 외롭게 해도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내려놓으신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죄송하다”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장례가 끝나고 성 회장의 지인들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병구 충청포럼 운영위원은 “고인이 목숨을 걸고 말하고자 했던 소망이 성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 회장의 장남은 “아버지를 조용히 보내드리고 싶다”면서 검찰 수사 협조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성 회장이 생전에 서산 시민들에게 남긴 호소문도 새롭게 공개됐다. 성 회장이 새누리당 충남도위원장일 때 도당 대변인을 지낸 이기권 씨는 동아일보-채널A에 A4용지 3장 분량의 호소문을 공개했다. 호소문에서 성 회장은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성 회장은 “정치적으로 원한을 살 일을 하지 않았고, 기업인으로서 결코 상식에 벗어나거나 도덕적으로 손가락질 받을 일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자원 개발과 관련해 언론을 통해 저와 저의 가족을 무참히 난도질을 했다”면서 “국민의 세금을 떼먹은 사람으로 매도한 사법 당국의 처사는 나를 사지(死地)로 내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산=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성완종#경남기업#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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