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6위 임신 6개월 정미라 “뱃속 드림이와 함께 사격 연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4일 05시 45분


사격선수부부인 정미라(왼쪽)와 추병길이 12일 2015 국제사격연맹(ISSF) 창원월드컵이 열린 창원국제사격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정미라는 현재 임신 6개월 중임에도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추병길도 국가대표다. 이들 부부의 꿈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동반출전이다. 창원|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격선수부부인 정미라(왼쪽)와 추병길이 12일 2015 국제사격연맹(ISSF) 창원월드컵이 열린 창원국제사격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정미라는 현재 임신 6개월 중임에도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추병길도 국가대표다. 이들 부부의 꿈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동반출전이다. 창원|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암 이기고 인천AG 금 땄던 한국 간판
창원월드컵 여자 50m 소총 3자세 6위
“이젠 출산준비…내년 리우서 만나요”

정미라(28·화성시청)는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1·은2·동1 등 4개의 메달을 획득한 한국여자소총의 간판선수다. 2012런던올림픽 때도 50m 소총 3자세와 10m 공기소총 등 2종목에 출전했다. 그러나 이 대회 직후 갑상선암 판정을 받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당시 팀 동료였던 추병길(35·화성시청)은 그녀에게 큰 위로가 됐다. 둘은 2013년 7월 백년가약을 맺었고, 암도 사랑의 힘으로 극복했다.

● 크리스마스의 선물, ‘드림’이

이들 부부는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2세를 갖기로 계획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혹시나 암을 치료하면서 복용한 약들이 임신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난 연말을 맞았다. 오랜만에 휴가를 맞은 둘은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출국일이 며칠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이브. 마음을 비웠던 부부에게 ‘꿈’같은 소식이 들렸다. 정미라의 태중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었다. 둘은 “드림(dream)”이라고 태명을 지었다. 위약금을 물며 여행을 포기했지만,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만 번졌다.

● 사격과 태교, 두 마리 토끼 잡기

정미라는 임신 상태에서도 총을 놓지 않았다. 사격을 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다. 담당의사도 “산모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태아에게도 좋다”며 허락했다. 남편 역시 아내의 마음을 알았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 무거운 사격장비를 챙기고, 닦는 일은 추병길의 몫이었다. 정미라는 “사격을 할 때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집중력이 올라간다. 결국 태교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 훈련 중에도 태아와 대화하는 예비 엄마

“탕! 탕! 탕!” 화약총의 격발소리는 귀마개를 챙겨야 할 정도로 크다. 진동 역시 만만치 않다. ‘드림’이는 종종 심한 태동으로 훈련 중인 엄마를 당황케 한다. 그럴 때면, 정미라는 나지막이 속삭인다. “오늘 딱 50분만 총 쏠게. 엄마 조금만 도와줘.” 엄마의 말을 들었는지, 드림이는 금세 차분해진다. 정미라는 “벌써 효자”라며 으쓱했다.

점점 불러오는 배 때문에 복사(엎드려쏴) 자세도 바꿨다. 왼쪽 배만 바닥에 닿게 하는 방식이다. 사격선수들은 미세한 변화에도 예민하지만, ‘사격선수’와 ‘엄마’의 2가지를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다. 추병길은 “사격선수인 내가 봐도 정말 자기만의 감각이 뛰어나다. 다른 선수 같으면 포기할 텐데 정말 독한 면이 있다. 내 아내지만 옆에서 보면 무서울 때가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 임신 6개월에 결선 6위, 드림이와 함께 리우행 꿈!

정미라는 13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5 국제사격연맹(ISSF) 창원월드컵 여자 50m 소총 3자세에 출전했다. 임신 6개월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적이었다. 70명이 겨룬 본선에서 4위(582점)를 차지하며 당당히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고, 결선에선 6위(412.2점)에 올랐다. 정미라는 “6개월 이후엔 태아의 청각이 많이 발달된다고 해서 사격을 할 수 없다. 마음을 비우고 마지막 경기에 나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끝나니 아쉬움에 눈물이 나왔다”고 밝혔다. 출산 예정일은 8월 24일. 그때까진 정든 총을 완전히 내려놓는다. 3개월 정도 산후조리를 한 이후 동계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정미라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선발전을 꼭 통과해 남편과 함께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추병길 역시 이번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남자 10m 공기권총에 출전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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