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위태 아슬아슬 ‘달리는 시한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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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4월의 주제는 ‘안전’]<67>‘도로 위 무법자’ 과적 화물차

한국도로공사 구미지사 화물차 현장단속반이 10일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 추풍령 휴게소에서 한 화물차의 과적과 불법 개조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구미=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한국도로공사 구미지사 화물차 현장단속반이 10일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 추풍령 휴게소에서 한 화물차의 과적과 불법 개조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구미=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렇게 싣고 화물차 운전 19년 했어도 아무 문제없었다니까요!”

10일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추풍령휴게소 앞 주차장에서 화물차 불법 과적 현장단속반이 점검에 나서자 25t 화물차 운전자는 단속반을 막아서며 이렇게 언성을 높였다. 고철을 가득 실은 화물차 무게를 재보니 총량은 43.85t. 법적 기준인 44t에 약간 못 미치는 수치였다. 25t 트럭은 화물차 무게 15t에 최대적재량 25t을 합쳐 총 40t이 최대 무게지만 오차범위 10%를 인정해 44t까지 허용된다.

과적은 피했지만 화물차의 한쪽 축을 불법 개조한 부분이 적발됐다. 화물차 축을 개조해 무게중심을 이동하면 무게를 측량할 때 실제보다 가벼운 것으로 나타나게 할 수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이런 불법 개조에 빠져드는 이유다. 이날 단속반과 운전자의 승강이는 30분 넘게 지속됐다. 큰소리치던 운전자는 “화물을 가득 채우지 않으면 (배달을 주문하는) 화물주가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한다”며 선처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본보 취재팀은 10일 한국도로공사 구미지사 현장단속반과 동행해 경부고속도로의 과적 화물차 단속 현장을 살펴봤다. 과적 초과기준인 44t을 넘는 화물차는 많지 않았지만 통과 차량의 4대 중 1대꼴로 44t에 아슬아슬하게 근접할 만큼 가득 싣고 운행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과적으로 단속되는 차량은 90대에 이른다. 단속 현장에 동행한 김태원 한국도로공사 교통차장은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짐을 더 싣고 돈을 벌려는 생각에 과적을 하거나 불법 개조를 하는 화물업계의 관행이 여전하다”며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편법을 통해 빠져나가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대형화물차 교통사고 치사율은 승용차 사고의 4배에 이른다. 적재화물의 무게 증가에 따라 제동거리가 길어지고 차량이 넘어질 위험성이 높아져 사고 피해가 크다. 과적 화물차를 단속하기 위해 현재 고속도로 영업소 입구에서 화물차 무게를 측정하는 ‘고정식 단속’과 도로 상에 설치된 고속축중기(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의 무게를 재는 장치)를 통해 과적이 확인된 차량을 이동단속반이 추격해 검측하는 ‘이동식 단속’이 병행되고 있다. 하지만 불법 차량 개조 등 편법을 통해 단속을 빠져나가는 차량이 많다는 점이 문제다. 편법 차량을 찾아내기 위한 이동식 단속은 1대를 추격해 직접 검측하는 데 30분 이상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

현행법에 따라 화물차 과적으로 적발된 운전자에게는 최소 5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일본(1100만 원), 미국(1700만 원)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박성수 한국도로공사 제한차량차장은 “과적을 한 운전기사는 물론이고 화물업주에 대한 처벌 기준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며 “과태료 수준을 높이고 3회 적발되면 면허를 취소하는 등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경제적 이익 때문에 과적을 하는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미=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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