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의사-학자들 “생체실험 731부대 진상규명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2일 2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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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사와 학자 등이 2차 대전 중 생체실험으로 악명을 떨친 일본군 ‘731부대’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자고 12일 주장했다. 패전 70주년을 맞은 일본에서 최근 의사들의 양심적인 자기 반성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의료 및 보건업 종사자,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의사 윤리 과거·현재·미래 기획실행위원회’는 이날 교토(京都) 시 한 회관에서 ‘역사에 입각한 일본 의사 윤리의 과제’라는 특별 행사를 열었다. 일본 의학회 총회를 맞아 병행한 기획행사였다.

우선 중국 하얼빈(哈爾濱) 내 731부대의 주둔 모습, 부대에서 근무했던 이들의 증언, 관련 기록 등을 담은 영상을 상영했다. 영상 속에서 한 일본인 남성은 “731부대에서 실험자들이 피험자의 몸에 세균을 주입하고서 열이 나면 좋아했다. 빈사상태에 빠진 실험 대상자를 산채로 해부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일본 시민단체인 ‘731부대·세균전 자료센터’의 곤도 쇼지(近藤昭二) 공동대표는 패널로 나와 “일본 정부에 731부대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확인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어쩌면 731부대에 관해서는 미국과 일본 사이에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말자는) 밀약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731부대와 관련한 책을 쓴 언론인인 아오키 후미코(靑木富美子·여) 씨도 “도쿄재판(극동군사재판)에서 731부대가 재판받지 않은 것은 미국의 뜻이다”며 “점령군이 일본에 왔을 때 인체 실험을 포함하는 세균전의 결과를 원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이 731부대에 관해 모종의 거래를 했음을 시사했다.

실행위원회는 사전 배포한 안내문에서 “일본 의학계는 전쟁 때 범했던 의학 범죄에 대해 지금까지 과학적 검증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의 극복’ 위에 서서 현재 요구되는 의학 윤리에 대해 다함께 고민해보자”며 문제제기를 했다. 행사장에는 의사, 역사학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대거 방문해 마련된 240여 개 좌석을 가득 채웠다.

앞서 후쿠오카(福岡) 현 후쿠오카 시에 있는 규슈대 의학부는 최근 ‘의학역사관’을 개관하며 미군 포로를 상대로 생체실험을 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체 63점의 전시물 중 2점을 통해 태평양전쟁 말기에 있었던 ‘규슈대 생체해부 사건’ 경위를 설명하며 ‘우리는 비인도적 생체해부 사건으로 희생된 외국인 병사에 대해 다시 한 번 마음으로부터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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