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더 여유로운 사회, 이렇게 하면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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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살 권리/강수돌 지음/336쪽·1만6000원·다시봄
“국가가 모든 구성원에게 매달 월급을”

‘저녁이 없다.’ 일 말고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질 시간도 없다. 하루의 대부분은 회사에서 보내고 집은 하숙집처럼 들르는 상황에서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을 여유는 없다. 불안한 노후와 오르는 전셋값, 아이들 교육비를 생각하면 답이 없어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수밖에 없는 게 평범한 직장인들의 자화상이다. 그저 한두 마디 불평을 내뱉을 뿐.

덜 일하고, 더 여유로운 사회가 가능할까.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회사 경영보다 (대안적인) 사회 경영을 고민해온 저자는 ‘기본소득’을 제안한다. 기본소득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노동을 하는지에 관계없이 국가가 모든 구성원에게 개인 단위로 매월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기본소득을 준다고 일하지 않는 사람이 생기는 부작용은 거의 없을 것이고, 소득 양극화나 생활고에서 나오는 문제는 줄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재원은 조세다. 소득세 누진율을 높이고 기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토지세로 전환하는 한편 배당과 이자소득 과세율을 올리는 등 조세 부담률을 올리자는 주장이다. 기초생활보장급여 등 지금의 사회복지 예산 일부도 기본소득 지급으로 대체된다.

저자는 또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생태적·사회적 일자리 창출, 토지 주거 육아 교육 의료 노후에 대한 공공성 강화, 소박한 삶에 대한 공감대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低)성과자 해고를 쉽게 하자’ ‘비정규직 기간을 늘리자’는 안이 노사정에서 논의되고, 이에 노조가 반발해 협상이 결렬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저자의 주장이 그저 ‘달관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듯싶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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