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등 조문객 첫날에만 2000여명… “오해 살라” 정치인은 드물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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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고향 서산에 빈소

10일 오후 충남 서산시 서산의료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빈소에는 지역 주민과 그가 세운 장학재단 관계자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사정수사의 대상에 올랐던 탓인지 굴지의 건설회사 총수와 국회의원을 지낸 ‘마당발’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정관계 인사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문객 중에는 “정권의 표적 사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장례식은 성 회장이 생전에 애정을 쏟았던 서산장학재단의 재단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이날 하루 동안 조문객은 2000여 명에 이르렀다.

새누리당에서는 유승민 원대대표와 박대출 대변인, 홍문표 이명수 정병국 의원이 조문했다. 충청권에서는 권선택 대전시장과 이완섭 서산시장, 한상기 태안군수 등이 빈소를 찾았다.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은 전날 서울에서 조문하고 이날도 빈소를 찾아왔다. 홍 의원은 “가깝게 지낸 동료의 죽음이 비통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개인 자격으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수십 개의 조화가 밀려들었지만 대부분 장학회나 지역 단체에서 보낸 것이었다. 정치인 중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유승민 원내대표가 조화를 보냈다.

조문객들은 성 회장이 표적 사정을 당해 억울하고 불행한 죽음을 당했다고 입을 모았다. 오전 11시 20분경 취재진이 경남기업 관계자의 안내로 빈소 표정을 취재하는 순간 박성호 장례위원장이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완구 총리의 실명을 거론하며 “충청도인의 가슴을 이렇게 멍들게 해놓고 국무총리라고 뭘 하겠다는 건가. 비리 회사가 80여 개나 되는데 왜 성완종 회사만 잡는 거냐”며 “나 같으면 이렇게 안 죽는다. 굴비 엮듯 너도나도 다 엮어서 같이 갔을 거다”라고 말했다.

성 회장의 고향인 서산을 중심으로 충청권에서는 그가 어려운 환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인으로 서산장학회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도왔던 점을 기억하며 그를 추모하는 분위기였다.

성 회장과 경쟁자였던 지역의 정치인이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문자를 보내자 서산장학회 회원들이 “파렴치하다”며 비난 메시지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30대 지역 주민은 한 식당의 TV에서 성 회장의 뉴스가 나오자 “그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그런 궁지에 몰릴 이유도 없었을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박준호 전 경남기업 홍보담당 상무는 “유언장은 9일 아침 확인됐고, 가족 외에 두 명이 같이 열람했다. 분량은 A4용지 한 페이지다. 거기에는 주로 가족에게 남기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다른 내용(정관계 인사 로비 리스트)은 없다. 그리고 25년 동안 운영했던 장학사업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는 성 회장의 메모에 등장하는 유력 인사들의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서 자료를 요청하면 제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면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 회장의 동선과 스케줄을 수년 전 것도 정리해 둔 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자료를) 그렇게 오랫동안 보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산=지명훈 mhjee@donga.com·정윤철 기자
#성완종#빈소#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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