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전쟁… 빨라야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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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프로야구 삼성 박석민은 벌금 20만 원을 내게 됐다. 9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공수 교대 제한 시간 2분을 넘겨 타석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장면 2. 9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마트오픈 1라운드에서 전인지와 김민선에게 벌타와 함께 3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40초 안에 샷을 마쳐야 하는 규정을 어겨서다.

종목은 다르지만 야구와 골프 모두 올 시즌 ‘스피드 업’을 강조하며 시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경기는 관전의 재미를 반감시켜 팬들의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NC 이태일 대표는 “불필요한 동작 등으로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면 관중은 시선을 돌리게 된다. 흥행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평균 경기시간은 9일 현재 3시간 19분(정규 이닝 기준)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슬로 플레이를 퇴출시키려는 강도 높은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난 시즌 3시간 27분보다 8분 가까이 단축됐다. 삼성이 3시간 9분으로 가장 빨랐다. 반면 김성근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화는 삼성보다 30분 가까이 느린 3시간 38분이 소요됐다. 삼성보다 1이닝 정도를 더 치르고 있는 셈이다. 한화를 비롯해 하위권의 kt, 넥센, LG 등은 불안한 마운드와 잦은 투수 교체 등으로 경기 진행이 더디기만 하다. 한화는 경기당 투수 수도 6.7명으로 단연 1위다. KBO 관계자는 “한화가 전체 평균(경기 시간)을 올리고 있다. 젊은 팬들일수록 박진감 있는 경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KBO는 지연 플레이로 거둬들인 벌금을 모아 유소년야구 발전 기금에 사용한다. 역대 최단 경기 시간은 1993년의 2시간 47분.

골프 역시 ‘거북이 골퍼’ 추방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KLPGA투어는 티오프 시간을 오전 오후로 나눴으며 경기 진행이 늦은 선수는 벌금, 벌타, 출전 정지 등을 차등 적용받는다. 경기 속도와 관련해 처음 위반하면 1벌타와 벌금 30만 원을 부과한다. 두 번째 위반에는 2벌타와 벌금 50만 원에 1경기 출전 정지, 세 번째는 해당 대회 실격과 벌금 100만 원, 3경기 출전 정지의 중징계가 내려지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런 정책을 추진하면서 6시간까지 걸리던 경기 시간이 4시간 30분 안팎으로 줄어들며 갤러리는 물론이고 선수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김효주와 이정민은 경기 도중 다음 샷 지점을 향해 달리기도 했다. 앞 팀과의 간격이 벌어져 벌타를 받을 수도 있어 따라잡기 위해서였다. 스피드가 지배하는 세상이란 말이 있다. 스포츠 현장에서도 빨라야 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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