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경문 감독이 노히트노런을 보는 시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1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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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10일 마산구장에서도 화제는 전날 두산 마야가 보여준 노히트노런이었다. 마야는 9일 잠실에서 넥센을 상대로, 그것도 1-0 승리를 이끄는 노히트노런을 펼쳤다.

NC 김경문 감독은 10일 “8회까지 120구를 던졌으면 9회에도 올리는 판단을 감독이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투수 본인이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야가 136구를 던지며 기어코 노히트노런을 달성하자 감격은 절정에 달했다. 두산 선수단 전체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떠올리게 할만한 기쁨을 표출했다. 지난해 NC 찰리가 6월24일 잠실 LG전에서 해냈던 노히트노런 달성 장면과 대조적이었다. 당시 3개의 사사구만 내주고 7탈삼진 노히트노런으로 6-0 승리를 이끌었던 찰리는 그냥 평범한 승리처럼 특별 세리머니 없이 철수했다. 원정경기라 그랬을 수 있겠지만 너무 밋밋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런 조용한 자축은 NC 김 감독의 평소 소신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노히트노런 같은 대기록을 세우면 선수가 들뜰 수 있다. 그러면 다음 등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히트노런을 해서 기분 좋은 것은 하루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포수로서 노히트노런을 경험해본 장본인이다. 1986년 4월2일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장호연과 배터리 호흡을 맞춰 4-0 노히트노런을 해냈다. 당시 장호연은 1개의 삼진도 잡지 못했지만 3사사구만 내주며 모두 맞춰 잡았다. 김 감독은 “원래 개막전 선발은 김진욱(전 두산 감독)으로 내정돼 있었는데 전날 훈련 도중 타구에 맞고 다치는 바람에 장호연으로 바뀐 것”이라고 비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선동열, 정민철, 송진우 등 대투수들이 노히트노런 클럽에 가입하며 잠잠해지긴 했지만 ‘노히트노런 투수는 단명한다’는 속설이 나돈 것도 사실이다. 이런 교훈을 체험한 김 감독이기에 노히트노런의 영광보다 그 이후의 평정심 유지에 더 관심을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감독이 “LG 양상문 감독이 (4일 잠실 삼성전에서 7회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임지섭을 8회 교체한 것이 나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런 맥락이다.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즌이지 기록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산|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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