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백인경관에 흑인 사망, 너무 친숙해…가슴 미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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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주자들은 백인 경관(마이클 슬레이저)이 등 뒤에서 쏜 8발의 총탄에 맞아 숨진 흑인 월터 스콧 씨(50) 사건에 대해 한결 같이 “끔찍한 비극”이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사건의 성격 규정이나 향후 대책에 대해선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반복되는 흑백 인종 문제’이나 ‘사법시스템 개혁’ 등을 강조했다. 반면 공화당 주자들은 “이번 사건이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경찰들 ‘모두의 문제’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힐러리 전 장관은 8일(현지 시간) 밤늦게 자신의 트위터에 “유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가슴이 미어지고 너무 친숙한(heartbreaking & too familiar) 사건이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 다시 신뢰를 쌓고 사법시스템을 개혁하고 모든 이의 삶을 존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언론들은 “‘너무 친숙한 사건’이란 백인 경관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즉 흑백 인종 문제와 경찰의 구조적 권한 남용 등을 이번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하고 근본적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힐러리 대세론’에 맞서고 있는 마틴 오멀리 전 매릴랜드 주지사도 “전국적으로 너무 많은 가족들이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적 상실을 겪어왔다”고 지적했다. 오멀리 전 주지사는 이어 “(총격 장면을 담은) 그 비디오는 끔찍하지만 왜 책임성과 투명성이 그토록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정의를 보장하는 수단이 (이런) 비디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개혁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편 공화당에선 유력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별도의 개인 논평을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는 다른 기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랜드 폴 상원의원(캔터키)은 “끔찍한 비극이다.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경찰 전체의 일’로 바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경계했다. 폴 의원은 “미국 전역의 98%, 99% 경찰은 매일 매일 자신들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건은 지극히 예외적인 일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린즈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적절한 사법 절차로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며 “그 경관(슬레이저)의 소행이 사우스캘로라이나를 비롯해 전국 수많은 경찰들의 소중한 헌신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법 집행기관 전반의 문제로 인식돼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공화당 대선 주자 중 사실상 유일한 흑인인 벤 카슨 신경외과 박사(전 존스홉킨스의대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끔찍하다. (일종의) ‘처형’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도 흑백 인종 갈등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분명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개혁정책인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강력히 비판해 공화당 지지자들의 호응을 받아온 카슨 박사는 “이번 사건은 인종 문제가 아니다. (경찰) 지위와 권한의 남용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 언론들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뒤 면직 처분된 슬레이저 전 경관의 유죄가 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사형 또는 징역 30년 이상’의 판결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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