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출 톡톡]“알바 하느라 공부 접다시피했는데, 생활비 대출로 꿈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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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멀었는데 학자금 빚 1000만원… 갚을 생각하면 답답”

《 대학생들의 경제 사정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시간당 최저 임금은 5580원. 이걸로는 등록금은 고사하고 생활비 마련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청년들에게 대출 말고는 해결방법이 없습니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평균 부채액은 642만 원, 4명 중 1명꼴로 빚이 있습니다. 학자금이나 생활비를 대출받으면 당장은 안심입니다. 하지만 이 대출금은 두고두고 부담이 됩니다. 취업을 한 뒤에도 매달 갚아 나가야 하지요. 청년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대출금 걱정으로 한숨을 쉬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오피니언팀 종합 김기성 인턴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4학년


“학자금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어 다행”

―2008년 1학년 2학기 때 시중은행에서 학자금 대출로 500만 원을 빌렸어요. 이자율이 7%를 넘어 매달 이자로만 3만 원씩 나갔어요. 군 복무 기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휴대전화도 임시 정지가 가능한데, 학자금 대출이자는 쉬는 법이 없어요. 6년간 이자로만 120만 원이 나갔죠.(27·학생)

―아직 졸업도 멀었고 아르바이트 수입도 쥐꼬리만 한데…. 학자금 대출금만 1000만 원이 있어요. 1000만이란 숫자를 떠올리면 눈앞이 어질어질해요. 솔직히 당장은 등록금 걱정도, 이자 걱정도 별로 안 하게 돼요. 하지만 취업하면 월급에서 대출금이 매달 빠져 나가겠죠. 만약에 연봉이 3000만 원이라면 매년 최소 230만 원가량을 갚아야 해요. 물론 제가 갚아야 할 돈이긴 하지만 막상 월급명세서를 보면 좀 허전할 것 같아요.(23·여·학생)

―학자금 대출을 받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가난해서 그런 거라고 친구들이 생각할까 봐 부끄러워 말 안 했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먼저 ‘학자금 대출 얼마 받았다. 이걸 언제 다 갚느냐’고 웃으면서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히 밝혀요. 요즘엔 막 굶어 죽을 만큼 어렵지 않아도 학비 자체가 비싸니까 대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와요. 옛날엔 서울대에 합격해도 돈이 없어 못 간 사람도 있었다던데…. 요즘엔 그래도 학자금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21·여·학생)

“취업을 해도, 못해도 대출”


―서울에 혼자 올라와 있다 보니 드는 돈이 장난이 아니에요.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은 해결했지만 문제는 생활비였어요. 월세와 공과금만 50만 원이 넘고 휴대전화 요금이나 식비, 교통비를 합치면 한 달에 100만 원으로도 모자라요.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은 고스란히 집세와 생활비로 나가요. 매일 8시간씩 일하는데 학교 공부가 잘될 리 없죠. 대체 내가 공부를 하러 서울에 온 건지,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니까요. 다행히 휴학 기간 잠시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만든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500만 원이에요. 요 몇 달간은 마이너스통장 믿고 버티면서 취업공부에만 올인하려고요.(27·학생)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취업을 했어요. 최종 합격증만 있으면 은행에서 쉽게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 있더라고요. 마이너스통장까지 생기니 씀씀이가 조금씩 커지더라고요. 당장 입고 싶고 먹고 싶은 것들에 돈을 펑펑 쓰게 되네요. 취업 기념으로 한턱 쏘고, 귀찮으면 택시 타고, 대학 시절 마지막 여행으로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생각 없이 쓰다 보니 첫 월급을 받기 전 마이너스통장에 벌써 200만 원이 찍혀 있네요. 잘못하면 금세 빚이 불어날 것 같아요.(27·회사원)

―공대생이라서 해야 할 공부량이 어마어마하고 취업 준비로도 바빴지만 시간을 쪼개 1주일에 3, 4팀씩 과외를 했어요. 그러다 한국장학재단에 생활비 대출제도가 있다는 걸 알고 100만 원씩 4번, 150만 원씩 두 번 총 700만 원을 받았어요. 과외를 한 팀으로 줄이고 남은 시간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그 덕분에 학기 중 S전자에 합격했어요. 국가장학금과 생활비 대출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27·회사원)

“은행 대출, 받고 싶어도 못 받아”


―살던 집의 계약기간이 끝났는데 월세가 부담이 돼 전셋집을 알아봤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모아둔 4000만 원에 보증금으로 돌려받는 3000만 원을 합치면 7000만 원. 서울에서 집 얻으려면 어림도 없는 금액이었죠. 전세자금 대출을 받고 싶었지만 프리랜서 모델로 일하고 있어서 자격이 안 된대요. 은행에 가면 무직인 셈이죠. 카드론이나 사금융밖에 선택권이 없더라고요. 가족에게 손 벌리기 싫었는데 엄마가 1500만 원을 보태주셨어요. 제가 용돈을 드려도 부족한 마당에 이 나이에 엄마한테 돈을 받다니….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겨우겨우 전세방을 구하긴 했는데 너무 비좁긴 하네요.(30·여·모델)

―영상을 하나 만들던 중 온라인에 떠도는 다른 영상 하나를 소스로 썼는데 저작권 문제에 휘말렸어요. 영상 저작권자가 고소를 하겠다며 협박을 하면서 합의금 명목으로 300만 원을 요구했어요. 집에다 말할 수도 없고…. 돈을 빌릴 만한 친구도 없었어요. 그러다 제3금융권에 손을 뻗치게 됐어요. TV 대출 광고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하지만 연이율은 무려 30%. 당장 합의금은 갚을 수 있었지만 이자는 계속 불어났어요. 닥치는 대로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다섯 달 정도 해서 겨우 갚았어요. 그간 사채에 쫓기는 것 같아 매일 좌불안석이었죠. 다시는 그 불안을 느끼고 싶지 않아요.(27·학생)

“대출도 빚, 대출 안 받을래요”

―친구와 함께 사업을 구상했는데 가장 큰 문제가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었죠. 큰돈이다 보니 은행 대출을 받기엔 제한이 많고, 제 성격상 부모님과 친구들 같은 가까운 사람과 돈 문제로 충돌하긴 싫었어요. 그때 사업에 도움을 줄 디자이너 한 분이 ‘대출’이 아닌 ‘지원’을 받으라고 알려주셨어요. 인천시에서 부평로터리 지하상가의 번영을 위해 청년 문화 창업을 돕고 있었는데 저희 팀도 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하상가 안의 사업 공간과 300만 원을 지원받았어요. 창업을 하고 싶어도 막상 은행에서는 담보 없이 대출을 받기는 정말 힘들어요. 그렇다고 사금융을 이용하자니 위험 부담이 크죠. 하지만 잘 찾아 보면 창업 지원이나 상금 형식으로 도움을 주는 곳이 정말 많아요. 창업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대출보다는 이런 지원들을 알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25·학생)

―취업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비교적 큰 회사에서 영업직을 맡고 있어 월급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들어가는 비용도 많아요. 영업직이다 보니 자동차를 안 살 수가 없었어요. 집은 부모님이 전세로 구해주셨지만 자동차까지는 손을 벌릴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학생이던 제가 모아둔 돈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알아 보니 캐피털 자동차 할부상품이 있어 잠깐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자가 칼만 안 들었지 강도 수준이더라고요. 결국 부모님께 한 번 더 도움을 청하기로 했어요. 비싼 대출상품으로 비싼 이자를 갚을 바에야 부모님께 무이자로 대출 받는다고 생각하려고요. 어서 월급을 모아 부모님께 모두 갚고 이자로 나갈 뻔한 돈은 용돈으로 드릴 생각이에요.(26·회사원)
#대학생#대출#아르바이트#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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