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수 박사, 日 이화학硏 종신 주임연구원 선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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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자론 첫 임명장 받아… 세계 석학들과 화학연구 주도

“1996년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도쿄에 여행을 왔어요. 원래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생각이었는데, 도쿄 여행이 계기가 돼 도쿄대로 유학을 왔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화학연구소(RIKEN)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9일 일본 사이타마 현 와코 시에 위치한 이화학연구소 본원에서 한국인 과학자 김유수 박사(사진)를 만났다. 이화학연구소는 일본에서 ‘노벨상의 산실’로 불릴 만큼 가장 권위 있는 정부 기초과학연구소다. 김 박사는 최근 이화학연구소에서 연구자로는 가장 높은 직책인 ‘종신 주임연구원’에 선정돼 1일 임명장을 받았다. 박사급 연구원이 3500명 정도인 이화학연구소에서 종신 주임연구원은 30명에 불과하다. 한국인 과학자로 이 자리에 오른 것은 김 박사가 처음이다. 종신 주임연구원 30명 가운데 김 박사를 포함해 외국인은 고작 3명, 일본인을 제외한 아시아 과학자로는 김 박사가 유일하다.

김 박사의 전공은 계면화학이다. 주사터널현미경(STM)을 이용해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물질의 표면이나, 성질이 다른 두 물질이 맞닿아 있는 지점(계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관찰하고 연구한다. 그는 “이화학연구소에서 종신 주임연구원을 선정할 때는 세계적으로 그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연구자인지 철저하고 엄격하게 평가한다”면서 “학술지에 논문을 얼마나 많이 발표했는지는 결정적인 기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2000년대 초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원자 1개, 분자 1개의 반응을 관찰하고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이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인정받아 왔다.

이화학연구소의 종신 주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연구단장이나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디렉터와 역할이 비슷하다. 김 박사는 정년인 만 65세 이전까지 연구소에서 표면계면화학 연구를 주도한다. 또 종신 주임연구원에게만 주어지는 영예인 ‘RIKEN 과학자회’에도 소속돼 연구소의 운영과 인사, 과제 선정 및 평가, 연구비 배분 등에도 관여한다.

최근 이화학연구소는 12년 만에 소장을 교체했다. 200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노요리 료지(野依良治) 교수가 물러나고 교토대 총장 출신인 마쓰모토 히로시(松本紘) 교수가 신임 소장으로 임명됐다. 마쓰모토 소장은 교토대 개혁에 힘을 기울였던 인물로 이화학연구소가 설립 100주년을 맞는 2017년까지 연구소 분위기를 쇄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박사는 “이화학연구소에는 한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한 세계적인 석학과 신진 연구자들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면서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이화학연구소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와코=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김유수#이화학연구소#종신 주임연구원#계면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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