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30년 판자촌’ 강남 달터마을 공원화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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區 “10월부터 철거”… 2017년 숲 조성
주민들 반발… 제2구룡마을 우려

서울 강남구 달터마을 전경. 강남구 제공
서울 강남구 달터마을 전경. 강남구 제공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지하철 분당선 구룡역 5번 출구 앞. 서울의 대표 부촌(富村)이라는 표현과 어울리지 않게 낡은 판잣집과 슬레이트 담벼락이 대로변과 바로 옆 근린공원 안으로 줄지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1km가량 떨어진 ‘구룡마을’과 함께 강남구의 대표적인 무허가 판자촌인 ‘달터마을’이다. 1980년대 초 개포지구 구획정리 과정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야산에 모여 마을이 형성됐다. 지금은 254가구에 659명이 살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30여 년 역사의 달터마을 철거가 올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강남구 관계자는 “3년 계획으로 마을 전체를 정리하고 숲으로 조성할 계획이다”라고 9일 밝혔다. 기본적으로 무허가촌인 데다 나무판자와 보온덮개로 지어져 화재 위험이 크고 주변 미관을 크게 해친다는 이유다.

강남구는 우선 서울시가 배정한 예산 10억 원을 들여 개일초교 부근의 25가구, 2500m² 터부터 정비할 계획이다. 양재천과 개포동을 잇는 주민 산책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강남구 도시선진화담당관 관계자들이 마을을 방문해 거주민들의 이주대책을 안내하고 보상 문제를 매듭지을 예정이다.

강남구는 마을 주민의 이전, 보상 비용으로 가구당 평균 2500만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취재진과 만난 달터마을 주민 대부분은 “무조건 버티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운모 마을자치회장(60)은 “서민임대주택에 들어가려 해도 보증금만 3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더 나은 지원 없이는 30년 삶의 터전을 떠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민 대다수가 50, 60대 고령인 탓에 매달 임대아파트 관리비(12만∼13만 원) 마련도 쉽지 않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강남구는 철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칫 ‘제2의 구룡마을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예상된다. 강남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끝까지 버틸 경우에는 강제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해 사업을 평화적으로 매듭짓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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