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지금은 스마트 시대… 비판적 사고력 길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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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서 인문학 강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오른쪽)이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식향연’ 개막 강연 연사로 나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오른쪽)이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식향연’ 개막 강연 연사로 나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저는 이 시대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 시대’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이 스마트 시대에 가장 두려운 게 뭘까요? 바로 ‘배터리 나가는 것’입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농담을 던진 주인공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 그의 농담에는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 세태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었다. 정 부회장은 스마트폰에 너무 기대지 말고 인간 본연의 비판적 사고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일 그의 목소리가 울린 곳은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인문학 중흥 프로젝트인 ‘지식향연’ 개막 강연 연사로 나섰다.

지식향연은 올해로 2회째를 맞는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연세대에서 열린 개막 행사 때도 직접 강연자로 나섰다. 지식향연은 신세계가 인문학의 대중적 확산을 위해 마련한 프로젝트다. 올해는 고려대를 시작으로 6월까지 전국의 10개 대학을 돌며 강연을 연다. 9일 강연에는 정 부회장에 이어 이진우 포스텍(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와 문명탐험가 송동훈 씨 등이 연사로 나섰다.

강당 1, 2층을 메운 대학생 1000여 명 앞에서 정 부회장은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의 발달은 인류에게 큰 축복이지만 사람의 사고력과 판단력이 퇴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마트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축복을 제대로 누리려면 ‘생각의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를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는 인문학적 지혜가 담긴 글을 읽는 것이다. 그는 특히 역사책을 많이 읽을 것을 조언했다. ‘병자호란’과 ‘북학 또 하나의 보고서, 설수외사’ 등 자신이 직접 읽은 역사책을 언급하며 “역사책에는 현실을 직시하게 해 주는 지혜가 담겼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방법은 많이 생각하고 직접 글을 써 보는 것, 마지막은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는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정 부회장은 강연에서 농담과 사례를 섞어가며 학생들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갔다. 강단에 등장한 직후 첫 인사에서 “오늘 오랜만에 대학교 교정을 걸으니 신입생이 된 듯했다”고 했다가 바로 “아니 아니, 복학생 정도로 하죠”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그룹 경영자로서 여러 고객의 의견을 들으려 한다”는 말을 한 후 “여러분 모두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의 고객들이죠. 덕분에 먹고살고 있습니다”며 넙죽 90도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지난해 연세대 강연에서 주어진 원고에만 충실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신세계그룹은 지식향연 강연에 참가한 대학생 가운데 20명을 선발해 나폴레옹의 발자취를 따라 프랑스 벨기에 영국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이들이 신세계 공채에 지원할 경우 서류 전형과 1차 면접을 면제해 바로 최종 면접을 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지난해 선발된 20명 중에서는 7명이 신세계에 입사 지원을 해 3명이 최종 합격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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