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을 앗아간 전쟁… 감당못할 그 공허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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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 배경 영화 ‘청춘의 증언’

영화 ‘청춘의 증언’은 꿈 많고 순수했던 젊은이들이 제1차 세계대전이란 거대한 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리며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공허해지는지를 먹먹하게 그려냈다. 프리비젼 제공
영화 ‘청춘의 증언’은 꿈 많고 순수했던 젊은이들이 제1차 세계대전이란 거대한 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리며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공허해지는지를 먹먹하게 그려냈다. 프리비젼 제공
“당신들은 모두 길 잃은 세대요.”

헤밍웨이가 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1926년)의 책 앞머리에 인용한 문장이다. 이 문장에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삶에 환멸을 느낀 젊은이를 가리키는 ‘길 잃은 세대’ 혹은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 세대의 평범한 젊은이였던 베라 브리튼(1893∼1970)은 종전 15년 뒤인 1933년 영국에서 1차 세계대전의 경험을 담은 책 ‘청춘의 증언’을 발간했다. 책은 출간 직후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저자 사후에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이었던 지난해 영화로 만들어져 해외에서 개봉됐고 국내에선 9일 개봉됐다.

영국의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베라(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옥스퍼드대 입학을 준비한다. 작가의 꿈을 꾸는 그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남동생 에드워드(테런 에거턴)와 에드워드의 친구들이다. 베라는 친구들 중 자신처럼 감성이 풍부한 롤랜드(키스 해링턴)와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마침내 대학 입학 허가를 받아낸 베라는 롤랜드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그려 나가지만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이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롤랜드와 에드워드는 명예를 위해 자원입대한다. 전쟁이 점점 길어지면서 최전방에 파견된 롤랜드는 전쟁의 트라우마로 괴로워한다. 베라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 위해 간호사에 자원하고, 자신의 가족과 연인, 친구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무의미하게 목숨을 잃는 광경을 바로 곁에서 목격하게 된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상실감과 공허함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영국이 승리했지만 동시에 패배한 전쟁이었다. 누구나 금방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쟁은 5년을 끌었고 90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대규모 살육전이었다. 영화는 종전의 기쁨에 도취된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는 베라의 망연한 표정을 통해 전쟁이 세상에 남긴 상흔을 이야기한다. 1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그동안 많았지만 실화라는 점을 상기할 때 ‘청춘의 증언’은 좀더 특별해진다.

철저한 고증으로 재현한 당시 복식과 세트는 영화를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수많은 부상자들이 줄지어 누워 있는 야전병원 장면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던 영국의 재향군인들이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런 에거턴 등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신진 배우들의 풋풋한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다. 12세 이상 관람가.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청춘의 증언#1차대전#잃어버린 세대#자란 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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