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학계도 “임나일본부說은 잘못”… 한일 공동연구서 ‘용어 폐기’ 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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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고대사까지 역사왜곡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설’을 앞세운 일본 정부의 고대사 도발이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다. 임나일본부설은 일제의 한반도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일본이 고대에도 임나일본부라는 기관을 설치해 한반도 남부를 식민 지배했다는 주장으로 일본 문화청은 홈페이지에서 용 무늬가 새겨진 금장식 칼 등 8개의 삼국시대 유물을 설명하면서 ‘임나시대’에 ‘임나’ 지역에서 출토됐다고 명기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번에 검정 통과시킨 중학교 역사 교과서 대부분에도 ‘임나’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만 임나일본부설은 이미 일본 주류 학계에서조차 힘을 잃은 상황이다. 용어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임나일본부설의 근거가 된 일본서기는 임나일본부가 4∼6세기경 존재했다고 주장하지만, ‘일본’이라는 국호가 8세기 이후 생겼기 때문이다. 2010년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에서 양국 학자들은 임나일본부라는 용어를 쓰지 않기로 합의까지 했다.

실제로 일본서기의 관련 내용이 어떻게 왜곡된 것인지를 밝히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신공황후가 신라를 정벌했다는 일본서기 내용은 왜가 백제 부흥군을 일으킨 사실을 토대로 지어낸 허구라는 것이다. 또 630년까지 임나가 존재해 야마토 조정에 조공을 했다는 기록도 마지막 가야왕국인 대가야가 562년 신라에 병합된 역사적 사실과 명확히 배치되는 것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임나일본부가 통치했다는 한반도 내 10개 가라(가야)국이 오히려 일본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진실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일본 문화청은 식민사관에 입각한 임나 표기를 즉각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문화청 미술학예과 당국자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명을 늘어놓았다. “일본 정부가 1936년 이들 유물을 중요 문화재로 지정할 당시 ‘임나’라는 표기를 사용했고, 그것을 그대로 홈페이지에 실었을 뿐”이라며 “홈페이지는 10여 년 전 개설했으며 개설 당시부터 임나라는 표기가 그대로 올라 있었다. 최근 표기를 바꾼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정할 의사는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보도가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아직 관련 논의는 없다”고 답했다.

일본 문화청의 도발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동조여래입상은 ‘아스카 또는 삼국시대’ 유물로 표기돼 있다. 하지만 입상은 고대 한반도 유물이라는 게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학계에서도 정설로 굳어져 있다. 입상은 원래 ‘아스카 시대’ 유물로만 표기돼 있었으나 2011년 한국 언론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나마 병기하는 수준으로 슬그머니 변경한 것이다.

일본 문화청 홈페이지의 한국 문화재 출처에 오류도 많았다. ‘금착수렵문동통(金錯狩獵文銅筒)’ 문화재의 경우 한반도와 중국에 중복 등장했다. 한반도 항목에선 고려 유물로 기재돼 있고, 중국 항목에선 ‘1∼2세기 후한(後漢) 시대’라고 표기돼 있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박형준 특파원 / 김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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