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출생의 비밀…핏줄에 목매는 한국 드라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0일 05시 45분


KBS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MBC 드라마 ‘앵그리 맘’-SBS 드라마 ‘황홀한 이웃’(맨 위쪽부터). 사진제공|KBS·MBC·SBS
KBS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MBC 드라마 ‘앵그리 맘’-SBS 드라마 ‘황홀한 이웃’(맨 위쪽부터). 사진제공|KBS·MBC·SBS
현재 드라마 52%가 출생의 비밀 소재
식상한 전개, 한류에도 악영향 지적도

“그래서, 진짜 엄마가 누구라는 거야?”

드라마 시청자의 낯익은 말이다. 주인공의 부모가 누군지 얘기를 나누다보면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극중 ‘핏줄 찾기’가 여전하다. 스포츠동아가 현재 방송 중인 K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총 19편 드라마를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 10편, 약 52%가 ‘출생의 비밀’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두 편에 한 편 꼴이다.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MBC ‘앵그리맘’ 등 평일 미니시리즈는 물론, 아침드라마와 주말극, 일일극 등 장편에서는 빠질 수 없는 단골 소재다. 주말극 KBS 2TV ‘파랑새의 집’과 MBC ‘장밋빛 연인들’·‘여왕의 꽃’, 아침드라마 KBS 2TV ‘TV소설 그래도 푸르른 날에’·MBC ‘폭풍의 여자’·SBS ‘황홀한 이웃’, 일일극 KBS 1TV ‘당신만이 내사랑’·MBC ‘압구정 백야’ 등도 마찬가지다.

국내 드라마가 ‘출생의 비밀’을 주요 소재로 다룬 지는 꽤 오래 전부터다. 심지어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로 ‘막장’의 비난을 받는 드라마도 숱하다. 하지만 여전히 드라마에 잇따라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먹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신만이 내 사랑’은 8일 방송이 28.4%(이하 닐슨코리아), ‘장밋빛 연인들’은 5일 28.9%를 기록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기복제의 우려먹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제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K드라마’가 인기인 한류시장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런 반성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KBS 문보현 드라마국장은 “혈연주의를 중시하는 한국에서 그만큼 이야기로 만들기 편한 소재는 드물다. 갈등 극대화의 장점이 있다”면서도 “게으르고 구시대적인 소재 배치가 문제다. 시청률과 상업성만 좇다보니 점점 다양성을 잃고 있다. 제작 일선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평론가인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기·승·전·출생의 비밀’식 전개는 결국 (한류시장이)한국 드라마를 외면하게 한다. 일본에 이어 중국의 열기가 빠르게 식을 수 있다고 전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루기 쉬운 재료로 공장에서 다량 찍어내는 기성품 같은 드라마는 문화 메신저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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