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액체납자와의 전쟁 선포…지난해 1조4028억 세수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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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임대업체 사장 A씨는 지난해 “세금 낼 돈이 없다”며 1년 넘게 법인세 30억 원을 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시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지인 명의의 서울 강남 고급빌라에 살며 비싼 수입차를 몰고 골프를 치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체납 세금을 징수하러 국세청 직원이 A씨 집을 방문했지만, 그는 “돈이 있으면 왜 세금을 안 내겠느냐”며 막무가내로 버텼다. 실랑이가 한창이던 그 때, 집에 있던 가사도우미가 “반찬거리가 떨어졌다”며 외출하려 했다. 수상히 여긴 국세청 직원이 도우미의 손지갑을 확인했더니 그 속에 1억3000만 원어치의 수표와 현금이 있었다. 이 돈은 곧바로 압류됐고 A씨는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형사고발 조치를 당했다.

국세청이 9일 악의적인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대대적인 세금 징수에 나서겠다며 ‘악성 체납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5억 원 이상 세금을 1년 이상 체납해 명단이 공개된 1만7023명(법인 6609곳 포함) 중 고가주택에 거주하거나 소비 지출이 많고 해외에 자주 드나드는 490명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체납액을 모두 징수할 때까지 생활실태 조사, 재산 추적 등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지방국세청에 18개 팀, 121명으로 구성된 ‘체납자 재산추적 전담조직’을 꾸렸다. 이들은 암행조사, 가택 수색 등을 통해 악성 체납자들이 숨겨둔 현금, 귀금속, 미술품 등을 찾아 압류한다. 5월부터는 매달 한 차례씩 체납자의 소득, 소비, 재산변동 등을 분석하는 ‘재산은닉혐의 분석시스템’을 가동해 재산은닉 혐의와 호화생활 여부를 들여다본다. 또 본청 해외은닉재산 추적 전담반이 올 9월부터 시행되는 미국과의 금융계좌정보 교환 등을 통해 외국에 숨겨놓은 재산도 추적할 계획이다.

세무당국이 이처럼 악성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은 이들의 행태가 대다수의 성실 납세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세수(稅收) 확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에 현금 징수 및 압류조치를 당한 체납자는 5000여 명, 금액은 1조4028억 원에 이른다.

체납자들은 각종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하며 세금 탈루를 시도하고 있다. 전직 중견건설 업체 대표인 B씨는 종합소득세 수십억 원을 체납하면서 뒤로는 수억 원대의 미술품을 구입했다. 첩보를 입수하고 자택에 들어간 국세청 직원은 수색을 통해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와 18.95g의 자수정 금목걸이 등을 발견하고 압류 조치했다. 섬유 수출업자 C씨는 아내 명의로 은닉자금 10억 원을 빼돌린 뒤 아파트 2채를 샀다가 적발돼 세금을 징수당했다.

심달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부동산 허위양도, 명의위장 등 지능성 재산 은닉에 철저히 대응하고 해외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며 “체납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호화롭게 사는 악성 고액체납자는 정상적인 사회 생활과 경제 활동이 불가능하도록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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