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동기 따라 발전 가능성 천양지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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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다른 두 1등급 우수생 장래는

서울의 한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 군의 별명은 ‘김 박사’다. 친구들이 공부를 하다 모르는 것들을 물어보면 막힘없이 대답해 준다. 김 군은 특히 사회, 역사에 관심이 많아 교과서 외 신문도 꼼꼼히 챙겨보는 등 배우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김 군은 “모르는 게 생기면 정답이나 해답을 알아내지 않고서는 궁금해서 못 참는다”고 말했다.

이런 학습법 덕분에 김 군은 고교 진학 뒤 꾸준히 내신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김 군은 서울대 재료공학부에 진학해 외국에서 석사, 박사를 마치고 국가 연구기관에서 신소재 분야를 연구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때로 슬럼프가 찾아올 때도 있지만 연구복을 입고 연구할 자신의 미래를 떠올리며 슬럼프를 이겨낸다.

박모 군 역시 서울의 한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 군처럼 내신 1등급의 우수한 학생이지만 공부를 하게 된 동기는 다르다. 주위에서는 박 군을 ‘엄친아’(엄마 친구의 우수한 아들)라며 칭찬도 하고 기대도 크지만 정작 본인은 스트레스를 숨기고 있다. 박 군은 “어렸을 때부터 시험 성적을 잘 받으면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공부를 했다”며 “뭔가 인정을 받는 순간은 기분이 좋았는데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갈수록 공부가 재미도 없고 힘들어진다”고 털어놨다.

박 군은 자신이 장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른다. 대기업에 다니며 매일 야근하고 늦게 귀가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저렇게 살기보단 좀 더 여유롭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 박 군은 “이과가 취업에 유리하다고 해서 이과에 왔는데 막상 와서 공부해 보니 적성에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군과 박 군은 비슷하게 공부를 잘하지만 ‘공부의 목표’가 다른 사례다.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는 2012, 2013년 고교생 161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김 군과 같은 ‘학습 목표 지향형’인 학생들과 박 군과 같은 ‘평가 목표 지향형’인 학생들을 비교한 것. 모의고사 국어, 영어, 수학 성적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학습 목표 지향형 집단은 평균 백분위 점수가 7점 올랐지만, 평가 목표 지향형 집단은 1점이 떨어졌다.

연구소는 “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배움 그 자체에서 나오는 학생들과, 주변의 평가나 시선에서 나오는 학생들은 장기적으로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스스로의 호기심 충족이나 자아 발전을 위해 찾아가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힘이 강하다는 것. 또 연구소는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또는 단순히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공부하는 박 군과 같은 학생들은 안전 지향적인 성향을 보이며 중도에 의지가 꺾이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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