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혐의’ 코스틸 박재천 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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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보좌관이 만든 모임 회장 지내
사정당국 ‘팍스코리아나21’ 주목… MB 서울시장 시절 강연 초청도
이상득 측 “朴과 아는 사이 아니다”

검찰이 7일 압수수색한 포스코 거래업체 코스틸의 박재천 회장(59)이 과거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 기업인이 만든 친목모임을 이끄는 등 이명박(MB)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검찰은 포스코 관련 수사의 여러 갈래 중 코스틸에 대한 수사가 MB 정권의 중심에 가까이 다가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조상준)가 코스틸 수사에 본격 착수하기 훨씬 전인 지난해부터 대검찰청은 이 회사에 대한 내사를 치밀하게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뒤 검찰은 “(다른 포스코 계열사와 관련된 특혜 의혹 업체들에 비해) 언론 등에 덜 노출돼 압수수색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봤다”고 밝혔지만 내심 코스틸과 관련된 비리 첩보를 ‘알짜배기’로 여겨 왔다는 뜻이다.

검찰이 눈여겨보는 것은 철강업계뿐 아니라 정·관계, 언론계, 연예계 등을 넘나드는 박 회장의 폭넓은 인맥이다. 박 회장은 1980년대부터 철강업체를 운영하며 재경 포항고 동문회장을 맡는 등 경북 포항지역에서 영향력을 쌓아 왔다. 정치권에서는 “박 회장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은 2000년대 중반 이 전 의원의 보좌관인이었던 기업인 김모 씨(57)를 코스틸엠엔씨(현 코스틸홀딩스)의 자회사에 상무로 영입한 뒤 김 씨가 만든 친목모임 ‘팍스코리아나21’의 회장을 지내며 정치권 인사들과 인맥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당시 서울시장)을 비롯해 정운찬 전 국무총리(당시 서울대 총장) 등이 강연자로 초빙되기도 했다. 당시 모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박 회장과 김 씨가 주도적으로 강연자를 초빙하고 회원을 모았다”고 회상했다.

이 모임에는 추후 ‘BBK 의혹 특검 수사팀’에 임명된 A 변호사와 국회사무처 전문위원 이모 씨, 국립대 교수 박모 씨, 중견 탤런트 조모 씨 등 6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이 활동했던 같은 이름의 사단법인과는 무관하다.

코스틸 수사가 정 전 회장 등 포스코그룹 경영진을 넘어 MB 정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우선 박 회장이 포스코로부터 슬래브(평평한 판재 모양의 철강 반제품)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거래 기록을 꾸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확인한 뒤 정관계 로비 가능성에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의원 측은 “박 회장과 같이 행사에 참석했을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비자금#조성혐의#박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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