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같은 사장님… 알바생이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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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알바’로 청년에게 희망을]<하>착한 변화, 어렵지 않아요
웃음이 넘치는 알바 사업장들

《 “알바생이 웃어야 가게가 살아요.” 고통받는 청년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이 많지만 착한 알바 사업장에서 만난 업주들은 이렇게 말하며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은 알바생을 아들, 딸, 친동생처럼 챙겨야 가게에 활기가 돌고 매상도 오른다고 했다. 사장은 정과 기술, 노하우까지 전해주려 애쓴다. 이런 사업장의 알바생은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듯 땀 흘리며 경험 쌓기에 바쁘다. 》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로 커피전문점 ‘브라운스커피’에서 사장 석주환 씨(오른쪽)와 아르바이트생 홍지연씨가 밝은 표정으로 일하고 있다. 바리스타 경력 9년 차인 석 씨는 커피전문점 창업을 꿈꾸는 홍 씨에게 틈날 때마다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로 커피전문점 ‘브라운스커피’에서 사장 석주환 씨(오른쪽)와 아르바이트생 홍지연씨가 밝은 표정으로 일하고 있다. 바리스타 경력 9년 차인 석 씨는 커피전문점 창업을 꿈꾸는 홍 씨에게 틈날 때마다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여긴 시급 받는 곳이 아니라 제 꿈을 키우는 곳이에요.”

7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화곡역 인근 브라운스커피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알바생) 홍지연 씨(25)는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커피 바리스타를 꿈꾸는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평일 오후 이곳에서 알바생으로 일한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땄지만 부족한 현장 경험을 채우려고 이곳을 택했다.

손님의 주문이 약간 줄자 바리스타 경력 9년 차인 사장 석주환 씨(35)는 홍 씨에게 ‘라테 아트’(커피 위에 우유 거품으로 만드는 그림) 기술을 가르쳤다. “천천히, 서둘지 않으면 돼”라고 조언받은 홍 씨는 멋진 하트 그림을 완성했다. 홍 씨는 “학원에선 자격증에 필요한 기술만 알려주는데 사장님은 훗날 내가 창업했을 때 필요한 노하우도 알려준다”면서 “때론 돈 받고 배운단 생각도 든다”며 미소를 지었다.

석 씨는 주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경쟁하느라 가게 운영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고통을 알바생에게 전가할 생각은 없다. 브라운스커피는 △근로계약서 작성 △초과근무 수당 지급 △정규직 전환 기회 마련 등을 준수하고 있다. 석 씨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저도 완벽하진 않겠지만 적은 시급으로 일하는 알바생의 고충을 모른 척할 순 없다”며 “알바생이 웃어야 가게가 살고 매출도 오르기에 장기적으론 사장과 알바생이 상생하는 길”이라고 했다.

○ “정 주고, 기술 주고”

알바생이 꼽은 착한 알바의 조건은 ‘기술과 정(情)’이다. 충남 천안에 사는 이모 씨(23)는 족발집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한식 요리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이다. 대학생이던 그는 아내가 결혼식을 올리기 전 임신을 해 족발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족발집 사장은 이 씨가 성실하게 일하자 족발 삶는 법부터 써는 법, 양념 제조법 같은 장사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이 씨는 “이런 것까지 알려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을 다해 알려주셨다”며 “여러 알바를 해봤지만 알바생 미래를 걱정해준 건 족발집 사장님이 처음”이라고 했다.

충남 논산에서 던킨도너츠 매장을 운영하는 박계령 씨(31)는 ‘매장의 첫 번째 고객은 알바생이다’란 원칙을 세웠다. 창업 전 알바하며 겪은 설움을 잘 알기에 알바생에게 먼저 먹고 싶은 도넛을 권하고 퇴근 시간 10분 전에 꼭 퇴근하라고 알려준다. 명절이나 기념일엔 보너스도 챙겨준다. 그는 “동생처럼 챙겨주면 알바생도 더 밝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한다. 결국 사람을 얻는 건 돈이 아닌 정이다”라고 말했다.

○ 업주들 “우리도 할 말 있어요!”

현장에서 만난 업주들은 “착한 알바 일터가 늘기 위해선 알바생의 양보와 희생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의 한 호프집 사장 최모 씨(38)는 “한 달이 넘도록 생맥주도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알바생도 있다”며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시간만 채워 돈을 받으려는 알바생에게 좋은 대접 해주긴 어렵다”고 했다. 서울 종로의 커피전문점 사장 오모 씨(33·여)도 “손님이 없을 땐 스스로 가게 청소와 정리를 해주면 먼저 시급도 올려 줄 텐데, 멍하니 앉아있거나 청소시켰다고 싫은 티 내는 알바생을 보면 솔직히 최저임금도 아깝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알바생 스스로가 권리의식을 갖고 목소리를 낼 때 사회적 약자인 알바생을 보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며 “착한 알바 일터를 만들려면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도 크기에 이에 대한 지원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도형 기자
#알바#시급#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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