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對面 실명인증’ 금융계 숙원 풀려… 첨단 무인점포 등 핀테크혁명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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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015년말 인터넷전문은행 탄생… 온라인 펀드판매-자산관리 탄력

정부가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구체화하고 기존 금융회사들에도 비(非)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국내 금융계의 ‘핀테크(FinTech·첨단 금융기술) 혁명’이 가속 페달을 밟게 됐다.

은행권에서는 스마트 브랜치 등 첨단 무인(無人)점포 경쟁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을 통한 펀드 판매와 자산관리 서비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관련 입법을 통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오면 1992년(평화은행) 이후 20여 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처음 등장하는 셈이어서 기존 은행권의 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화상통신과 자동응답전화(ARS) 등을 이용한 비대면 실명 인증의 허용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꿈꾸는 일반 기업들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회사들에도 큰 희망 사항이었다. 시중은행들은 핀테크 시대에 대응해 저마다 직원이 없는 무인점포를 세우고 스마트폰 전용 상품을 출시해 소비자를 유인했지만 막상 고객이 계좌를 개설할 때는 은행을 방문해 실명 확인을 거쳐야 하는 규제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태블릿 브랜치’(태블릿PC를 이용한 이동 점포)나 ‘다이렉트 뱅킹’ 역시 직원이 실명 확인을 위해 고객을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은행 측의 인력 손실이 컸다.

이런 점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정부에 비대면 금융 거래의 허용 범위를 넓혀 달라고 줄기차게 건의해왔다. 지난주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15개 시중은행장들 간의 간담회에서도 이런 의견이 나왔고 임 위원장이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금산분리 규제는 실명확인 규제와 달리 제한적으로만 풀 계획이다. 현재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는 4%로 돼 있는데 정부는 이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20∼30% 정도로 늘리고 자산이 많은 대기업은 아예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대한 기본 방침은 정했지만 아직 새로운 은행이 탄생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2002년과 2008년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정치적 논란과 기존 법·제도의 장벽, 당국의 미온적 태도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양대 걸림돌인 금산분리 및 실명확인 규제 완화 문제는 이번에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서 견해차가 커지면 다른 경제활성화 법안들처럼 수년간 시행이 보류될 가능성도 있다. 새로 금융시장에 진입하려는 업체에 대한 기존 금융사들의 견제도 문제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최저 자본금 기준을 10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1000억 원 유지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런 논란 끝에 밋밋한 방안이 나온다면 자칫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뛰어드는 기업들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장윤정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실명인증#무인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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