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눈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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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S6 출시하는 10일부터 전례없던 예약판매… 신비주의 마케팅 포기

애플이 콧대를 낮췄다. 제품 공식 판매일 전까지 예약 판매는 물론이고 매장 진열조차 하지 않았던 ‘신비주의’ 전략을 더이상 고수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 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10일 0시 1분(한국 시간 오후 4시 1분)부터 ‘애플워치’에 대한 온라인 예약 구매 신청을 접수한다. 또 이날부터 1차 출시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 등 9개국 애플스토어 매장에 애플워치를 비치해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해 보도록 할 계획이다. 정식 판매일은 2주 뒤인 24일이다.

애플이 스마트 기기를 예약 판매하기로 한 것은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선보인 이후 처음이다. 예약 접수를 시작하는 10일은 공교롭게도 삼성전자가 20개국에서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판매를 시작하는 날이다.

○ 고객 이탈을 막으려는 전략


애플의 새 제품 출시일에는 소비자들이 애플스토어 앞에서 긴 줄을 서며 기다리는 모습을 어김없이 볼 수 있었다. 초기 물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경쟁사에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애플은 겉으로는 예약 판매 방식 도입이 소비자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앤절라 어렌츠 애플 소매담당 선임부사장은 “지금까지 애플 신제품을 사려는 고객들은 줄을 서서 차례가 올 때까지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기도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과거의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외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경쟁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워치는 아이폰과 연계해야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2주 앞서 나오는 갤럭시S6를 선택한 소비자는 애플워치를 살 필요가 없어진다. 반대로 애플워치를 선택한 소비자는 갤럭시S6를 살 가능성이 없다. 애플워치가 소비자를 아이폰에 잡아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갤럭시S6를 먼저 사버린 소비자에게는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버버리 최고경영자(CEO)였던 어렌츠 선임부사장이 명품 업계 판매방식을 도입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애플워치 최고가 모델 가격은 1만7000달러(약 1853만 원)에 이른다.

○ 미국 시장 브랜드 충성도 1위 기업은 삼성전자

애플이 지금까지 신비주의 판매 전략을 쓸 수 있었던 바탕에는 높은 고객 충성도가 있었다. 졸음과 싸우며 애플스토어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고생이 애플 소비자에게는 즐거운 이벤트였다. 애플로서는 제품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애플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온라인 설문조사업체 서베이몽키는 지난해 4분기(10∼12월) 미국 성인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전자기기·소프트웨어분야 글로벌 기업 5곳의 브랜드 충성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삼성전자가 3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28점으로 2위였다. 판매량과 상관없이 브랜드 충성도는 애플 고객이 삼성전자 고객보다 높다는 속설이 깨진 것이다.

애플워치 예약 판매에 맞서 삼성전자도 신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상반기(1∼6월) 안에 둥근 모양의 스마트워치를 ‘기어A’라는 이름으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애플워치#갤S6#예약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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