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시크하거나… 자유분방하거나… 예측불가능한 복고의 매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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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F/W 서울패션위크

과거의 어느 멋진 도시로 여행을 떠난 듯한 ‘미스지컬렉션’의 2015 가을겨울 컬렉션. 헌팅 캡과 무릎위로 올라오는 타이즈가 여성스러우면서도 소녀같은 감성을 느끼게 한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과거의 어느 멋진 도시로 여행을 떠난 듯한 ‘미스지컬렉션’의 2015 가을겨울 컬렉션. 헌팅 캡과 무릎위로 올라오는 타이즈가 여성스러우면서도 소녀같은 감성을 느끼게 한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디자이너들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다. 과학 실험실로, 정원으로, 1980년대 길거리로, 1920년대 우아한 도시로….

3월 20∼2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5 가을겨울(F/W) 서울패션위크 얘기다.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여 올해 가을겨울 패션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디자이너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과감했고 자신이 내세운 콘셉트에 충실했다. ‘K-패션’의 자신감으로 다른 도시의 패션을 의식하지 않고 디자이너 자신의 영감에 집중한 듯했다.

(왼쪽부터)푸시버튼, 제인 송, 럭키슈에뜨
(왼쪽부터)푸시버튼, 제인 송, 럭키슈에뜨
과거로 떠나는 여행

디자이너마다 여행지는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과거’를 돌아봤다는 것. 서울패션위크를 지배하는 메가 트렌드 중 하나는 복고(레트로)였다. 과거의 좋은 시절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추억에 잠기면서도 뭔가 다른 패션이 연출됐다.

웅장한 드럼 소리와 함께 시작된 ‘미스지컬렉션’. 쇼가 시작되자 1920년대 파리의 어느 사교장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1920년대로 특정할 수 없는 우아한 레트로 분위기였다. 1920년대, 1960년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스러우면서 도회적인 모습이 어우러져 있었다.

미스지컬렉션의 지춘희 디자이너는 올 가을겨울 시즌 테마를 ‘빛의 그림자(Shades of light)’로 잡았다. 빛이 비칠 때 은은하게 나타나는 색깔인 갈색, 카키, 카멜, 연한 회색 등이 주로 쓰였다. 허리를 꼭 조인 여성스러운 재킷과 헌팅캡, 소녀 같은 머리 스타일, 메리제인 슈즈, 무릎 위로 올라오는 스타킹은 여성스러우면서도 소녀 같고, 복고풍이면서도 현대적인 멋을 드러냈다.

해마다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푸시버튼’의 박승건 디자이너는 1980년대 길거리 문화로 여행을 떠난 듯했다. 어깨를 과장스럽게 드러내는 커다란 오버사이즈 재킷, 모델들의 눈을 물들인 과장된 아이섀도가 눈에 띄었다. 이번 컬렉션의 테마는 ‘나를 정말로 사랑하자(Do love me)’. 과거의 나를 뒤돌아보며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황금빛 트레이닝 점퍼와 팬츠, 커다란 항공점퍼, 남성용 반바지 슈트 등은 길거리 문화를 위트 있게 풀어낸 대표적인 아이템이었다.

스티브제이앤요니피
스티브제이앤요니피
정원으로, 실험실로… 판타지 자극

모던함의 대명사 ‘제인 송’의 송자인 디자이너는 이번 가을겨울 패션위크에서 ‘가짜 검은 밤(Fake black night)’을 주제로 검은색 중심의 무게감 있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검은색 중심은 아니었다. 가짜(fake)라는 말이 표현해 주듯, 블랙이 중심이되 다양한 프린트, 장식, 퍼 등으로 마냥 블랙은 아닌 컬렉션을 표현했다. 그의 특기인 잘 재단된 재킷은 거의 오버사이즈 형태였다. 올 가을겨울에도 남자친구의 재킷을 빌려 입은 듯한 루즈한 스타일이 꾸준히 트렌드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서울패션위크 기간 동안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인 ‘럭키슈에뜨’는 화려한 원색과 밀리터리 룩을 활용해 낭만적인 정원에서의 산책을 표현했다. 메인 테마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정원에서의 산책(Diamond Promenade)’. 럭키슈에뜨의 디자인 디렉터 김재현 이사는 “이번 시즌에는 좀 더 성숙하고 여성스러운 감성을 더했다”며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이 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경험하는 낭만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럭키슈에뜨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정혁서와 배승연의 ‘스티브제이앤요니피’는 과학 실험실로 패션쇼 무대를 꾸몄다. 과학 실험실에서나 보던 비커, 돋보기, 스포이드 등의 실험 도구들을 모티브로 삼아 위트와 개성이 묻어나는 캐주얼 스타일로 채운 것. 위, 아래, 재킷까지 데님으로 매치해 ‘청청패션’의 인기를 예감케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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