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전문기자의 기업가 열전]<2> 정우현 MPK그룹 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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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레시피’ 개발… 피자를 국가대표 브랜드로

정우현 MPK그룹 회장이 매장을 찾아 직원에게 운영 상황을 들은 뒤 격려하고 있다.
정우현 MPK그룹 회장이 매장을 찾아 직원에게 운영 상황을 들은 뒤 격려하고 있다.
“1호점을 신호탄으로 대한민국 1등 브랜드로 우뚝 서겠다.”

김상철 전문기자
김상철 전문기자
정우현 MPK그룹 회장(67)이 1990년 이화여대 앞 미스터피자 개점식에서 밝힌 목표다. 피자가게 하나 내고 1등 운운하자 애써 웃음을 참는 참석자도 있었다. 그로부터 18년 뒤 미스터피자는 기름기 없는 수타 피자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다국적기업을 제치고 업계 1위(점포 수 기준)에 올랐다. 미스터피자는 국내 450여 개, 중국 미국 등 해외에 7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외식업종에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 동대문시장서 섬유도매로 사업 첫발

1974년 학군단(ROTC) 장교로 군 생활을 마친 정 회장은 아내의 권유에 따라 입사가 예정됐던 금융회사 대신 장인이 막 인수한 서울 동대문시장의 섬유제품 도매업체 천일상사에 들어갔다. 가게를 맡겨 주면 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도매상으로 키우겠다고 장인을 설득해 승낙을 받았다. ‘퇴직금 지급 점포’라고 쓴 액자를 매장에 걸고 봉급 없이 주인집에서 먹고 자며 일하던 점원들에게 월급은 물론이고 퇴직금까지 주겠다고 약속했다. “10년 후 사장이 되라”며 주인의식도 갖게 했다. 점원을 믿지 못해 주인이 화장실도 맘대로 못 가던 시절 기를 살려주자 종업원들은 정성을 다해 고객을 맞았다.

“아마추어는 돈을 벌지만 프로인 ‘꾼’은 사람을 벌어요. 아마추어는 주는 것을 손해라고 생각하지만 꾼은 선뜻 줍니다. 하나를 주면 그 이상을 받게 됩니다.”

정 회장은 거래처에 줘야 할 돈은 달라고 하기 전에 주고, 받아야 할 돈은 상대방의 사정을 감안해 최대한 늦게 받았다. 소매상이 보내온 돈이 한 푼이라도 많으면 즉시 알리고 돌려보냈다. 받아갈 돈이 적은 사장에게는 “세어 가져가시라”며 아예 돈 통을 맡겼다. 신용이 쌓이자 단골이 늘면서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그는 천일상사를 연매출 100억 원이 넘는 도매상으로 키워내 장인과의 약속을 지켰다.

성장을 거듭하던 사업이 호황기를 지나면서 수익성이 나빠지자 정 회장은 다른 사업을 모색했다. 그러다 일본 미스터피자가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생각한 그는 호소카와 요시키 미스터피자 저팬 사장을 만나 한국 영업권을 따냈다.

한 달 넘게 하루 세 끼를 피자로 때우며 전국 피자집을 찾아 배운 뒤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냈다. 기존 피자가게와 달리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에서 ‘300% 원칙’으로 만든 기름기 없는 담백한 피자는 돌풍을 일으켰다. 300% 원칙이란 저온 숙성한 도(dough)를 이용한 100% 수타, 토핑 재료를 일일이 손으로 얹는 100% 수제, 기름을 안 쓰는 100% 석쇠구이를 뜻한다. 조리가 어려워 불가능하다던 새우나 감자를 토핑한 피자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개발했다.

○ 미스터피자 돌풍… 해외매장도 70여개

1997년 외환위기가 생기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과 대출 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치즈와 밀가루는 현금을 줘도 구하기 어려웠다. 어음 거래가 중단되고 은행 대출도 안 되자 건물을 팔아 급한 불을 껐다.

“이대로 가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곤 했어요.”

속이 타들어갔으나 자신만 쳐다보는 직원들을 의식해 의연하게 행동했다. 퇴직자가 늘면 창업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가맹비 3000만 원을 안 받는다는 광고를 내면서 점포 확장에 나섰다. 신청자가 몰렸다. 1999년 100호점을 돌파하고 2000년 중국, 2007년 미국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MPK그룹의 사훈(社訓)은 ‘신발을 정리하자’이다. 피자를 배달하러 간 고객 집의 신발들이 흩어져 있으면 자연스레 몸을 낮춰 정리해줄 만큼 고객에 대한 정성이 몸에 배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맹점을 ‘가족점’으로 부르는 정 회장도 매장에 가면 화장실을 둘러보고 지저분하면 문을 잠그고 손수 청소한다.

“성공하려면 을(乙)이 돼야 합니다. 성공은 주변 사람이 도와준 결과예요. 우위에 있다고 갑(甲)처럼 행동하는 순간 실패가 시작됩니다.”

일본에서 시작한 미스터피자를 인수해 해외에서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국부 브랜드로 만든 정 회장은 세계 1등을 향해 뛰고 있다. 창업 18년 만에 국내 1위 업체로 키운 노하우와 돌파력을 보면서 그의 꿈이 이뤄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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