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운전에 보조교사 없어 늘 불안… 아이들 늦어도 좋으니 안전띠는 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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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본보와 세림이법 설명회 “안전불감 통학차량 적극 신고를”
용인 태권도학원 차량 ‘여아 참변’ 현장서 만난 어머니들

경기 용인지역 어머니들이 7일 기흥구 동백동주민센터 삼거리에 마련된 양예원 양의 분향소 앞에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태권도학원 통학차량에서 떨어져 숨진 예원 양의 분향소는 2일 사고 현장 옆에 차려져 이날까지 700여 명의 시민이 찾았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경기 용인지역 어머니들이 7일 기흥구 동백동주민센터 삼거리에 마련된 양예원 양의 분향소 앞에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태권도학원 통학차량에서 떨어져 숨진 예원 양의 분향소는 2일 사고 현장 옆에 차려져 이날까지 700여 명의 시민이 찾았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주민센터 삼거리에는 작은 분향소가 차려져 있다. 지난달 30일 태권도장 통학차량에서 떨어져 숨진 양예원 양(6)의 분향소다. 7일 오전 동아일보 ‘시동켜요 착한운전’ 취재팀은 교통안전 전문가와 함께 사고 현장을 찾아 이곳을 지키던 용인지역 어머니 10여 명을 만났다. 이들은 예원 양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듣고 유가족을 도우려 현장을 찾았다.

취재팀이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어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 통학차량 운영에 대해 불만과 분노를 쏟아냈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못한 태권도관장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했다. 예원 양과 잘 알고 지냈다는 한 어머니는 “관장이 평소 급제동 급출발 등 난폭운전을 일삼아 부모들의 원성이 높았다”며 “예원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이 큰 만큼 반드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고를 낸 태권도관장뿐 아니라 일선 학원 차량을 향한 어머니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박현숙 씨(41·여)는 “주변에서 사고가 나니까 비로소 위험을 알아챈 부모가 많다”며 “평소 학원 차량에 불만이 있어도 유난스럽다고 비칠까 봐 입을 닫고 사는 부모도 많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이정윤 씨(41·여)는 “보조교사 없는 학원이 많지만 운전자만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줘도 부모는 안심할 수 있다”며 “보조교사가 있어도 사고가 나는 판이니 믿을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취재팀과 현장에 동행한 유동배 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앞으로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한 공익신고를 적극적으로 받아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며 “경찰이 보지 못하는 문제점까지 잘 알 수 있는 어머니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달 내로 공익신고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통학차량의 교통법규 위반 사항 접수 창구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안전벨트 착용의 중요성도 도마에 올랐다. 세 자녀를 둔 신모 씨(40·여)는 “통학차량 운전자가 ‘설마 사고가 나겠느냐’는 생각에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사례도 많은 듯하다”며 “전 좌석 착용 의무화를 추진해 언제 어디서나 안전벨트를 매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철 교통안전공단 차장은 “이번 사고를 통해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 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승·하차 시 어린이 안전을 철저히 확인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 상식에 대해 운전자가 확실히 파악하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이은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로 학부모 불안감이 커지자 경찰은 동아일보와 공동으로 학부모 대상 어린이 교통안전 설명회를 전국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14일 제주를 시작으로 세림이법 개정 내용과 어린이 통학 안전을 위한 설명회가 진행된다. 유 계장은 “세림이법을 통해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을 위한 기준이 마련됐지만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의식 개선 등 여건이 무르익어야 한다”며 “어머니들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통학차량 운영자 및 운전자가 더욱 어린이 안전을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인=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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