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세금폭탄? 연봉 5500만원 이하 85%가 稅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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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1619만명 연말정산 전수조사 해보니

‘세금 폭탄’ 논란을 불러온 올해 초 연말정산 결과를 전수 분석한 결과 “연봉 55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평균 세금 부담이 줄었다”는 정부의 설명은 어느 정도 사실과 부합했다. 하지만 연봉 5500만 원 이하 근로자 6.7명 중 1명(15%)인 205만 명의 세 부담이 증가하는 등 납세자 개인마다 편차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부가 ‘평균의 함정’에 빠져 지난 3개월간의 혼선을 자초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5500만 원 이하 85% 세 부담 감소

기획재정부가 근로자 1619만 명의 올해 연말정산 결과를 전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2013년 소득세법 개정 효과로 인해 2014년 전체 근로자의 세 부담은 1조1461억 원 늘었다. 최고세율 구간 조정(1500억 원)과 급여 인상(6000억 원) 효과까지 감안하면 전체 세 부담은 1조9000억 원 증가했다.

2013년 세법 개정 효과만으로 한정했을 때 ‘연봉 5500만 원 이하’ 구간에선 4279억 원의 세금이 덜 걷혀 이 구간에 해당하는 근로자 1361만 명의 평균 세 부담이 3만1000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세법개정안에 따라 5500만 원 이하 구간의 평균 세 부담이 1인당 평균 3만4000원 줄어들 것이란 정부의 추계와 비슷한 결과다.

연봉 5500만 원 이하 근로자 중 85%(1156만 명)는 1인당 평균 8만 원씩 세금이 감소했다. 반면 나머지 15%(205만 명)는 세 부담이 1인당 평균 8만 원 증가했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세 부담이 증가한 205만 명 중 ‘연봉 2500만 원 초과 4000만 원 이하’ 구간에 속한 근로자가 70%(142만 명)를 차지했다”며 “공제가 가능한 의료비, 교육비 지출이 적어 세액공제 전환 효과가 충분히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구간의 분석 결과도 정부의 추계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연봉 5500만 원 초과 7000만 원 이하’ 구간에선 세금 29억 원이 더 걷혀 근로자 1인당 평균 세 부담이 3000원 늘었다. ‘연봉 7000만 원 초과’ 구간에선 세금이 1조5710억 원 더 걷혀 근로자 1인당 평균 109만 원의 세금을 더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는 ‘연봉 5500만 원 초과 7000만 원 이하’ 구간에선 평균 세 부담이 2만7000원 증가하고 ‘연봉 7000만 원 초과’ 구간에선 평균 세 부담이 124만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적으로 연말정산을 통해 이미 낸 세금을 환급받은 근로자는 999만 명으로 전년 대비 61만 명 증가했고, 환급액(4조5889억 원) 역시 550억 원 늘었다. 보완대책이 시행되기 전을 기준으로 올해 연말정산 결과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하는 근로자는 316만 명으로 전년 대비 117만 명이 감소했지만, 7000만 원 초과자의 세 부담이 늘면서 총 추가납부 세액은 3252억 원 늘었다.

○ 1인 및 다둥이 가구 세 부담 늘어

평균으로 보면 정부 추계가 틀리지 않았지만 연봉 5500만 원 이하의 경우에도 급여 수준, 가구 유형, 공제지출 유형에 따라 세 부담 차이가 컸다. 대체로 △공제대상 지출이 적은 1인 가구 △자녀세액공제 통합 등의 영향을 받은 다둥이 가구 △연금저축 공제율(12%) 등의 영향을 받는 기타 가구에서 세 부담 증가가 두드러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평균적으로는 세 부담이 늘지 않았다”는 해명만 반복해 이들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일례로 독신이거나 맞벌이 가구 중에서 배우자가 자녀 관련 공제를 받아 본인공제만 적용되는 ‘1인 가구’라 할지라도 6%의 근로소득세율이 적용되는 연봉 2200만 원 근로자 A 씨는 세 부담이 1만5000원 줄어든 반면, 15% 세율이 적용되는 연봉 3000만 원 근로자 B 씨는 세 부담이 15만7000원 증가했다. B 씨의 경우 ‘근로소득공제가 150만 원 축소된 효과’가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가 50만 원에서 66만 원으로 확대된 효과’보다 큰 것이 세 부담이 증가한 주요 요인이었다.

이렇듯 연봉 5500만 원 이하 1인 가구 중에서 B 씨처럼 세 부담이 증가한 근로자는 150만 명으로, 1인당 평균 8만 원씩 증가했다.

연봉 5000만 원 근로자라 할지라도 자녀 유무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엇갈렸다. 자녀가 없는 C 씨는 2013년보다 세 부담이 19만7000원 감소했다. 반면 6세 이하 자녀가 2명인 D 씨는 다자녀 추가공제와 6세 이하 추가공제가 없어지고 자녀세액공제로 통합되면서 오히려 10만3000원 증가했다.

이처럼 자녀가 셋 이상인 가구와 자녀 출산 가구 중에서 세 부담이 증가한 근로자는 모두 13만 명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보다 수치는 적었지만 세 부담의 증가폭은 더 컸다. 평균 세 부담 증가액은 3자녀 이상 가구가 11만 원이었고, 출산 가구는 24만 원에 달했다.

연봉이 5000만 원으로 동일하고 자녀수가 같더라도 연금저축 납입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는 사례도 있었다. 보험료 100만 원만 납입하는 E 씨는 세 부담이 1만7000원 감소했으나, 보험료 100만 원 이외에 연금저축을 추가로 300만 원 납입한 F 씨는 세 부담이 7만3000원 증가했다. F 씨처럼 연금저축이 세액공제로 전환되는 등의 기타 이유로 세 부담이 증가한 근로자는 42만 명으로, 세 부담이 1인당 평균 6만 원 늘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회장은 “316만 명이 추가 납부를 했는데 이들이 예년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낸 것이 이번 연말정산 사태를 야기한 근본 원인”이라며 “근로자마다 연봉, 부양가족, 공제항목이 달라 결정세액의 변동이 다양한데 정부가 평균치를 인용해 세 부담이 늘지 않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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