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윤규진 “내 꿈은 구대성 선배님같은 끝내주는 클로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8일 05시 45분


‘소방수’라는 날개를 달고 더 높이 날아오를 채비를 마친 한화 윤규진, 그는 앞으로 이글스의 레전드 투수인 구대성처럼 굳센 믿음을 주는 마무리투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시즌 초반부터 든든하게 뒷문을 지키면서 상쾌한 스타트도 끊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소방수’라는 날개를 달고 더 높이 날아오를 채비를 마친 한화 윤규진, 그는 앞으로 이글스의 레전드 투수인 구대성처럼 굳센 믿음을 주는 마무리투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시즌 초반부터 든든하게 뒷문을 지키면서 상쾌한 스타트도 끊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한화 윤규진

시즌 초반 4경기서 완벽투 ‘2세이브’…쾌조의 스타트
154km 직구 쾅…구속 빨라지자 포크볼 위력 더 살아나
윤규진 하면 모든 사람들이 ‘아! 한화 마무리’ 했으면…
긍정마인드는 아내 덕…마운드 올라가면 빨리 붙고싶다

구대성 시대 이후 한화의 해묵은 숙제는 붙박이 마무리투수였다. 그런데 올 시즌 그 숙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바로 윤규진(31)의 등장 덕분이다. 올 시즌 초반 강력한 마무리 솜씨로 한화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즌 개막전인 목동 넥센전에서 8회 등판해 3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몸을 푼 그는 29일 넥센전에서 1.2이닝 1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시즌 첫 승을 마무리했고, 이달 2일 대전 두산전에선 1.2이닝 4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2세이브째를 올렸다. 그리고 7일 대전 LG전에서 3-3 동점이던 8회초 1사 1루서 등판해 1.2이닝 무실점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특히 9회초 2사 만루 위기서 볼카운트 3B-0S로 몰리고도 연속 3개의 스트라이크를 꽂아 김용의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은 압권이었다. 시즌 4경기에 등판해 2세이브, 8이닝 무실점으로 방어율 0.00을 기록 중이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거침없는 투구, 압도적 마무리 솜씨에 한화 팬들의 가슴도 뜨거워지고 있다. ‘끝내주는 남자’ 윤규진을 만나 그의 삶과 꿈, 목표를 들어봤다.

● 154km 강력한 직구! 압도적 포크볼!

-2일 대전 두산전에 최고 구속이 154km까지 나왔다. 과거에도 빠른 공을 던졌지만 더 빨라진 것 아닌가.

“가볍게 던지는 느낌인데 구속이 많이 나오더라. 비결은 모르겠다. 김성근 감독님이 오시고 스프링캠프에서 확실히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던진 것 같다. 많이 던져 감이 잡혔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솔직히 구속엔 신경 안 쓴다.”

-마지막 타자 김재환을 삼진으로 잡은 라이징 패스트볼은 앞으로 큰 무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라이징 패스트볼? 음…. 그냥 높은 공이었다.(웃음) 의도적으로 높게 던진 공은 아니다. 풀카운트였는데 볼 하나 던졌으면 볼넷 내주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공에 배트가 따라 나오더라. 만약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는 앞으로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빠른 직구 외에도 다양한 승부구들이 생긴 것 같다.

“올해 스프링캠프 때 감독님이 포크볼 그립(잡는 법)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니시모토 투수코치님이 현역 시절 역회전볼(스크루볼)을 잘 던졌는데, 그걸 가르쳐 주셨다. 나로선 타자를 상대하는 데 있어 큰 변화가 생긴 것 같다.”

-특히 포크볼이 기막히다. 빠르고, 거의 수직으로 떨어질 만큼 각도가 날카롭다. 이런 포크볼은 알고도 못 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원래 예전엔 포크볼을 많이 던졌는데, 작년엔 잘 안 던졌다. 지금 같은 각이나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엔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 올 시즌엔 초반이긴 하지만 포크볼 감이 좋아 앞으로 많이 던질 것 같다. 원래 내 포크볼은 각은 없고 스피드만 있었는데, 최근엔 스피드나 각이나 내가 원하는 대로 잘 가고 있다. 손끝의 느낌은 좋더라.”

● 윤규진이 생각하는 클로저의 품격, 그리고 목표

-입단할 때 꿈은 뭐였나.

“그때도 꿈은 마무리투수였다. 학교(대전고) 선배님으로, 선발투수 정민철 선배님도 계시고 마무리투수 구대성 선배님도 계셨는데, 학창 시절엔 정민철 선배님을 많이 좋아했다. 그런데 야구를 하다보면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 그런 느낌이 있지 않나. 구대성 선배님처럼 마무리가 경기를 끝내는 매력이 있더라.”

-그리고는 12년 만에 전문 마무리투수로 낙점 받았다. 시즌 개막을 클로저 보직으로 출발한 건 처음인데, 올 시즌 꿈은?

“꿈은…. 한화 이글스의 확실한 마무리투수. 이왕 이렇게 시작했으니 10개 구단 마무리투수 중 세이브도 가장 많이 챙기고 싶고…. 사실 지금까지 내가 선발이다, 중간이다, 마무리다, 이렇다할 이미지를 만들지 못했다.(실제로 윤규진의 통산성적을 보면 22승21패21세이브29홀드로 선발·중간·마무리 지표가 거의 비슷해 흥미로울 정도다) 이제 ‘윤규진’ 하면 모든 사람들이 ‘아! 한화 마무리’, 8∼9회에 3점차 내로 이기고 있으면 ‘이제 윤규진 나오겠구나’, ‘이제 이기겠구나’, 그런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 욕심이 많이 난다. 모든 사람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마무리투수가 되고 싶다. 구대성 선배님처럼.”

-시즌 초반이지만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팬들도 이제 한화가 이기고 있으면 윤규진을 기다리는 것 같고.

“일단 출발은 잘한 것 같다. 2세이브를 했을 뿐이지만 나도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물론 앞으로 실패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실패해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요즘 마운드 올라갈 때 어떤 생각을 하나.

“타자하고 빨리 붙자, 빨리 끝내자, 이 생각뿐이다. 마무리투수는 포수 사인이 나면 내 공을 믿고 던지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팀원들이 다 나를 보고 있는데 승부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자신 있게 ‘빵빵빵’ 승부를 빨리빨리 해서 경기를 끝내 버려야 한다. 가장 좋은 모습은 오승환 선배(한신). 직구 구위도 좋지만 흔들림이 없다. 그 점을 닮고 싶다.”

● 긍정 마인드는 아내 덕분

윤규진의 표정은 항상 밝다. 늘 긍정적이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은 그를 두고 “보면 기분 좋아지는 선수”라고 말한다. 마음씨도 착하다. 2003년 한화 입단 때 자신이 받은 계약금 중 일부를 백혈병으로 투병하고 있던 대전고 진정필 코치(2003년 6월 작고)에게 전한 훈훈한 일화도 있다.

-항상 긍정적인데.

“부정적이진 않은 것 같다.(웃음) 나도 긍정적이지만 아내 영향이 크다. 아내가 긍정적이고, 항상 그런 방향으로 얘기를 많이 해준다. 그러니까 집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말이 나온 김에, 윤규진의 활약에 아내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본인도 잘 생겼지만, 미모의 아내도 지난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던데.(윤규진의 아내는 ‘꽃보다 남자’ 등에 출연했던 배우 조하진으로, 2010년 결혼 후 연기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아내는 인터넷으로 기사를 안 본다. 작년에 우연히 기사를 봤는데 내가 엄청 못 던진 날이었다. 그 이후로는 안 본다더라. 아무튼 실시간 검색어에 떴다고 여기저기서 전화를 많이 받은 모양인데, 아내는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사실 정신이 없었다.”(윤규진의 아내는 5일 오후 둘째 아이(딸)를 순산했다. 윤규진은 “위로 네 살짜리 딸이 있는데 이제 두 딸의 아빠가 됐다. 야구를 더 잘 해야겠다”며 웃었다)

-이제 마무리투수가 됐으니 야구인생의 목표를 찾았다고 해야 하나.

“목표를 만났다는 게 맞는 표현 같다. 예전엔 뚜렷하게 나갈 방향을 못 찾았는데, 이제 마무리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 같다.”

-올해는 팀 목표도 새로울 것 같은데.

“모든 팀 선수들은 다 똑같지 않을까. 우승. 프로선수니까. 꼴찌하면 선수로서 정말 자존심 상한다. 내가 공익근무(2012∼2013년)를 할 때도 꼴찌였는데, 팀에 복귀해서도 작년 또 꼴찌를 했다. 이제 정말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 팬들도 기대 많이 하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시는데 보답하고 싶다.”

-잘 될 것 같은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세이브를 많이 하면 팀도 많이 이기는 거니까 많이 나가고 싶다. 요즘 야구장에 나오는 게 정말 즐겁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야구장에 나오고 있다.”

윤규진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올해를 가장 즐거운 시즌으로 만들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화사한 봄날, 만개한 벚꽃처럼 미소가 싱그럽다. 잘 생긴 이 남자의 싱그러운 미소를 한화팬들이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윤규진(한화)

▲생년월일=1984년 7월 28일
▲키·몸무게=185cm·90kg(우투우타)
▲출신교=대전신흥초∼충남중∼대전고
▲프로 입단=한화(2003년)
▲2014년 성적=43경기 7승2패9세이브3홀드 방어율 4.63(72이닝 39실점)
▲2015년 연봉=1억2000만원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