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예비역장교들, 전투기 정비대금 빼돌린 혐의 부인 “억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20시 44분


코멘트
전역 후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의 임원으로 있으면서 정비대금 24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공군 예비역 고위 장교들이 법정에서 “집 같은 공군과 후배들이 타는 ‘애기(愛機)’를 상대로 부정을 저질렀겠냐”며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다.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엄상필) 심리로 공군 참모차장, 작전사령관 등을 역임한 예비역 중장 천기광 씨(68)와 예비역 대령 천모(58)·우모 씨(56)의 1심 첫 공판이 열렸다.

블루니어 회장까지 지낸 천 전 차장은 “나도 60세까지 전투기 조종사였다. 후배들이 모는 ‘애기(조종사들이 전투기를 부르는 애칭)’에 들어가는 부품을 불법 정비한 사실을 알았다면 내가 회사를 박살냈을 것”이라며 “‘다운컨버터(KF-16의 핵심 부품)’ 불법교체 사실도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처음 알았다”고 주장했다.

전투기 정비창장으로 일하다가 예편 후 블루니어의 사업본부장을 맡은 천 전 대령도 “한달에 500만 원 받으면서 집 같은 공군에 해를 끼치는 게 상식에 맞느냐”며 “검찰이 공장 일과 원가 정산 등 다른 직원의 책임까지 내가 총괄한 것처럼 써놨다”고 주장했다. 우 전 대령도 “검찰 공소장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 재판과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주된 증거인 블루니어사의 주간·월간보고 자리는 타이핑하는 여직원도 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던 공개회의”라며 “회사의 이익을 위해 부품대금을 다소 부풀리는 내용이 오간 건 맞지만 (적극적으로) 허위 세금계산서나 수입 관련 서류를 꾸몄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09년 블루니어 임원이었던 천 전 차장이 당시 정비창에 근무하던 천 전 대령과 외주 정비업체 협약을 맺는 등 오래 전부터 불법정비에 가담한 정황이 객관적으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다음 공판에선 예비역 장교들 아래서 실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을 증인으로 세워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다.

천 전 차장 등은 KF-16 전투기의 적아식별장치 등 수천 개의 부품에 대해 457억 원 규모의 계약을 따낸 뒤 이 중 절반이 넘는 243억 원어치의 부품을 교체하지도 않고 교체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2월 구속 기소됐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