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이혼’ ‘트위터 외교문서’? SNS 활용 어디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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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법률적 효력을 갖는 주소 역할을 하고 국가 간 외교문서의 전달 창구로도 활용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의 매튜 쿠퍼 판사는 6일 행방불명된 남편의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아 이혼소송에 어려움을 겪던 한 여성에게 “사실상 유일한 연락 수단인 페이스북 계정으로 이혼청구서류를 보내도 법적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고 뉴욕데일리뉴스가 보도했다. 이 결정에 따라 최종적으로 이혼 판결이 내려지면 ‘사상 최초의 페이스북 이혼’이란 기념비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데일리뉴스는 설명했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인 간호사 엘라노라 바이두 씨(26)와 빅토르 세나 블러드-즈라큐 씨는 2009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혼인 신고를 했다. 바이두 씨는 고향의 부모를 모셔와 결혼식을 가나 전통 혼례로 치르고 싶어 했고 남편인 블러드-즈라큐 씨는 당초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 때문에 두 사람은 첫날밤도 치루지 않은 채 헤어지게 됐다. 남편은 행방을 아예 감춰버렸다. 법률적으로 기혼 상태인 바이두 씨는 사설탐정까지 고용해 남편 소재지를 찾았지만 차량등록국(DMV)에서도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휴대전화도 고지서를 받지 않고 요금을 미리 충전해서 쓰는 ‘선불폰’이었다. 그 선불폰 전화번호와 페이스북 계정이 바이두 씨가 남편과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남편 블러드-즈라큐 씨는 바이두 씨와 전화 통화에서 “나는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고 직업도 없다. 이혼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두 씨는 변호인을 통해 이런 현실을 담당 쿠퍼 판사에게 알렸고 결국 남편의 페이스북 계정으로 이혼 관련 서류를 발송하도록 허락받았다. 쿠퍼 판사는 이런 절차를 토대로 남편이 없는 상태에서 궐석 재판을 진행해 이혼을 인정해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47명 명의의 이란 핵 협상 무력화 서한 작성을 주도한 톰 코튼 상원의원은 최근 뉴욕타임스매거진(주간지)과 인터뷰에서 “그 서한을 밀봉해서 우편으로 이란에 보냈느냐”는 질문에 “봉투도 필요 없고, 그래서 밀봉할 이유도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트위터 하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그의 계정에 그 문서를 트윗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외교 문서가 SNS 계정으로 전달되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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