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사에 가치 높은 ‘데뷔-대표작’등 필름 94편 발견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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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감독의 데뷔작, 김수용 감독의 대표작 등 유실됐던 94편의 영화 필름이 발견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7일 서울 중국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실제 필름을 확인할 수 없었던 영화 94편을 포함해 1940~80년대 영화 450편의 필름을 지난달 11일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기증자는 아버지 때부터 지역 순회 영사업(영화관이 없는 지역을 돌며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해온 한규호 연합영화공사 대표다.

이병훈 원장은 “1950, 60년대 유명 감독의 작품이 대량으로 발견돼 한국영화사의 공백을 메울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발견된 작품 중에는 노필 감독의 데뷔작 ‘안창남 비행사’(1949년)를 비롯해 한국의 두 번째 여성감독인 홍은원 감독의 데뷔작 ‘여판사’(1962년), 정진우 감독 데뷔작 ‘외아들’(1963년), 이만희 감독의 첫 멜로영화인 ‘잊을 수 없는 연인’(1966년), 김수용 감독의 대표작 ‘만선’(1967년), 최하원 감독 데뷔작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8년) 등 당대 유명 감독들의 주요 작품이 다수 포함됐다. 그 동안 필름 일부가 유실된 채 자료원이 보관하던 임권택 감독의 ‘전장과 여교사’(1965년)는 온전한 필름이 발견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 감독은 “데뷔작을 기억하지 못하는 감독은 없을 것”이라며 “정진우라는 감독을 있게 해준 작품을 찾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외아들’에 출연했던 배우 김지미 역시 “23세 신인 시절 출연한 작품을 보니 가슴이 울렁거린다”며 “당시 영화를 역사적으로 재조명할 기회를 준 기증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10년 새 50여 편을 찍었던 시절의 영화라 찾지 못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당시 시대상이나 영화 촬영 현장을 확인할 수 있어 사료로서 가치가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로 찾은 필름 가운데 이 감독의 ‘잊을 수 없는 연인’은 이 감독 타계 40주기를 계기로 23~5월14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리는 ‘이만희 전작전’에서 가장 먼저 공개된다. 이 감독이 대표작인 ‘만추’를 찍기 직전 연출했다. 장광헌 연구원 자료부장은 “필름 상당수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복원에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외아들’ ‘만선’ ‘나무들 비탈에 서다’ ‘전장과 여교사’는 올해 안에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의 02-3153-2001.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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